교구장 문서

각 교구의 사목교서와 부활, 성탄 메시지 입니다.

사목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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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대, 새로운 복음화”
- 선교의 기초이며 못자리인 가정 공동체 -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
(마르 16,15)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자비로우신 하느님 아버지의 사랑과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과 성령께서 주시는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기를 기도합니다.

  우리 교구는 2012년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께서 선포하신 ‘신앙의 해’를 기점으로 복음화를 위하여 다섯 가지 사목 목표를 매년 하나씩 실천하였습니다. 곧 ‘말씀으로 시작되는 신앙’, ‘기도로 자라나는 신앙’, ‘교회의 가르침으로 다져지는 신앙’, ‘미사로 하나되는 신앙’, 그리고 ‘사랑으로 열매 맺는 신앙’을 살아왔습니다. 각 본당과 기관에서 또 자신의 삶의 자리에서 충실히 걸어온 이 여정은 허약했던 신앙의 기초를 보다 튼튼하게 다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모든 것을 이루어주신 하느님께 찬미와 영광을 드리며 교구민 모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동안 맺은 열매들을 바탕으로 이제 저는 교구의 사목 방향을 새로운 열정과 방법으로 ‘복음의 기쁨을 선포하는 교회 공동체’ 건설에 초점을 맞추고자 합니다.

  교회는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라.’고 하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명령을 수행하여야 합니다. 그동안 사도들을 시작으로 수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성령의 도우심 아래 온갖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복음의 기쁨을 전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러므로 세례를 통하여 그리스도의 지체가 된 우리 역시 복음 선포의 사명을 충실히 수행하는 참다운 교회 공동체를 이루어야겠습니다. 복음을 선포하지 않는 교회란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전하는 복음이 그 의미대로 모든 이에게 ‘기쁜 소식’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가 먼저 예수 그리스도와의 친밀한 만남을 통해 하느님의 자비로운 사랑을 체험해야 합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난 제자들이 그 기쁜 소식을 곧바로 다른 이들에게 전했듯이 하느님의 놀라운 사랑을 체험한 그리스도인은 누구라도 지체 없이 온 마음을 다해 그 사랑을 전할 것입니다. 복음 선포는 세례를 통하여 짊어진 무거운 의무가 아니라 우리가 체험한 기쁨을 드러낼 수 있는 하나의 선물이요 아름다운 몸짓입니다. “기쁜 소식을 전하는 이들의 발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로마 10,15)라고 외치는 바오로 사도처럼 우리 역시 주님의 구원을 선포하는 도구가 된다면 얼마나 행복하겠습니까!

  그렇다면 우리가 복음의 기쁨을 체험하고 전하기 위해서는 어디에서 출발하는 것이 좋겠습니까? 저는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교회의 가장 기초가 되는 공동체인 가정을 다시금 강조하고 싶습니다. 성인 교황 바오로 6세께서는 “가정은 교회처럼 복음이 전달되는 곳”이며 동시에 “복음이 빛나는 곳”이라 말씀하십니다. 참조: 「가정 공동체」, 52항.
 이처럼 가정은 복음 선포를 위한 가장 작은 공동체이며 동시에 우선적으로 복음화되어야 하는 자리입니다. 교황 프란치스코께서도 현대 사회의 가정이 직면한 위기들 참조: 「사랑의 기쁨」, 32-57항.
을 말씀하시면서 “복음의 메시지가 가정 안에서, 그리고 가정들 사이에서 언제나 울려 퍼져야” 「사랑의 기쁨」, 58항.
한다고 권고하십니다. 가정은 그리스도의 사랑을 배우고, 키우며, 전하는 못자리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십니다. 이렇게 가정은 복음의 기쁨을 체험하는 가운데 복음화되고, 그 복음의 기쁨을 전하며 복음화하는 교회의 기초 공동체입니다. 이제 저는 가정 공동체가 새로운 열정과 방법으로 복음을 보다 더 잘 선포할 수 있도록 세 가지 측면에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가정은 ‘사랑을 배우고 키우는 학교’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사랑이란 자기중심적인 사랑이 아니라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이타적인 사랑입니다. 가정은 아무런 조건 없이 사랑하고 이해하며 용서하는 법을 배우고 키울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사랑의 학교입니다. 이를 위해 그리스도교 가정은 무엇보다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사랑을 깊이 묵상해야 합니다. 가족이 함께 기도하고, 하느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며, 성찬의 친교에 참여함으로써 언제나 하느님의 사랑을 배우고 키우는 가정이 되어주십시오.
  부부는 하느님과 공동체 앞에서 맺은 혼인 계약을 기억하며 “상대방의 성숙을 위한 하느님의 도구” 「사랑의 기쁨」, 221항.
가 되어야 합니다. 가정생활에서 겪게 되는 다양한 위기들 속에서 그리스도께서 보여주신 그 사랑을 가정의 중심에 두십시오. 서로 다른 성(性)을 지닌 부부는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며 협력하는 가운데 하느님의 사랑의 전달자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부부는 가정이 “새 생명이 태어나는 곳일 뿐만 아니라 그 생명을 하느님의 선물로 환대하는 자리” 「사랑의 기쁨」, 166항.
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부모는 자신들의 기대나 원의보다 자녀가 하느님의 뜻 안에서 자신만의 고유한 삶의 여정을 찾고 살아갈 수 있도록 격려하여 주십시오. 또한 자녀는 부모가 보여준 놀라운 사랑에 늘 감사하며 자신들이 받은 그 사랑으로 부모를 섬겨야 합니다.
 
  둘째, 가정은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신앙을 이어주는 자리’입니다. 교회는 그리스도인 부부가 서로에게 뿐만 아니라 ‘자기 자녀들과 다른 가족들에게도 은총의 협력자이며 신앙의 증인’ 참조: 「평신도 교령」, 11항.
이라고 가르칩니다. 부모는 “자녀에게 신앙을 가르쳐 주는 첫 스승” 「사랑의 기쁨」, 16항.
입니다. 자녀들에게 신앙을 전하는 참된 부모는 자신이 먼저 하느님을 믿고, 하느님을 찾고, 하느님의 필요성을 느껴야 합니다. 참조: 「사랑의 기쁨」, 287항.
 하느님의 자비로운 사랑을 체험한 부모는 자신들을 통하여 하느님의 놀라운 사랑을 전할 수 있습니다. 또한 신앙생활에 충실하지 못하거나 신앙 안에서 힘과 위로를 얻지 못하여 잠시 교회를 떠난 가족에게도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도 안에서 사랑의 마음과 인내의 태도로 그들을 기다려주어야 하며, 이를 토대로 실질적으로 교회와 함께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합니다. 아울러 조부모 역시 자신이 선물로 받은 신앙을 후손들에게 선물하려고 애써야 합니다. 자손들이 신앙의 의미와 아름다움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이웃을 위하여 기도하며 그들을 도울 수 있도록 모범이 되어주십시오. 신앙을 전하는 것은 참된 사랑의 실천입니다.

  셋째, 가정은 ‘세상에 복음의 기쁨을 전하는 도구’입니다. 교황 프란치스코께서는 그리스도인 가정이 “근본적으로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나아가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선교적인 것이 되어야” 「사랑의 기쁨」, 230항.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기에 자기 가정의 안위와 행복을 추구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자신의 가정을 넘어 이웃과 세상을 향하여 복음의 기쁨을 선포하면서 그들을 복음화하는 가정 공동체가 되어주십시오.

  사제 여러분, 사목활동 안에서 선교를 위한 노력에 힘을 기울입시다. 사제 자신의 재능, 시간, 그리고 가진 바를 선교를 위하여 더 활용하도록 합시다. 특히 오늘날 다양하고도 복잡한 문제들을 안고 살아가는 가정이 선교의 기초이며 못자리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 가정에 더 깊은 관심을 기울이고 돌보아주며, 그들이 복음의 기쁨을 느끼며 살아가도록 구체적인 사목활동을 펼쳐주십시오.

  남녀 봉헌 생활자 여러분, 여러분의 고유한 신분 안에서 선교에 충실 합시다. 여러분이 보여주는 청빈과 정결과 순명의 삶은 참된 선교의 힘이기에 신자들뿐 아니라 교회 공동체 밖의 많은 이들에게도 복음의 기쁨을 가져가는 일이 될 것입니다.

  신자 여러분, 가정생활 안에서 체험한 하느님의 자비로운 사랑을 기억하며 학교, 직장, 각종 모임 등 자신의 삶의 자리에서 복음의 기쁨을 증거하는 삶을 살아갑시다. 이것이 죽음으로 신앙을 증거한 순교자들의 후예인 우리가 가정과 교회, 그리고 세상 안에서 ‘그리스도인 답게’ 살아가는 모습입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저는 오늘날 우리 가정이 많은 어려움과 고통으로 신음하고 있음을 알고 아파하고 있습니다. 그 어려움과 고통 속에 갇혀서 믿음의 여정을 포기하지 않도록 힘을 내십시오. 여러분의 가정이 자비하신 하느님의 은총으로 예수님의 사랑 안에 튼튼해지길 기도하겠습니다. 우리의 가정은 그리스도의 사랑의 기쁨을 체험하고 나누며 전하는  선교의 자리가 되어야 합니다.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마르 16,15)는 주님의 말씀이 우리의 가정 안에서 그리고 우리의 가정을 통하여 풍성히 열매 맺기를 바랍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믿고 증언한 성모 마리아와 성 요셉,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성가정을 이루신 성모 마리아와 성 요셉,
         저희 가정도 ‘작은 가정 교회’가 되도록 빌어주소서.

 

1) 참조: 「가정 공동체」, 52항.
2) 참조: 「사랑의 기쁨」, 32-57항.
3) 「사랑의 기쁨」, 58항.
4) 「사랑의 기쁨」, 221항.
5) 「사랑의 기쁨」, 166항.
6) 참조: 「평신도 교령」, 11항.
7) 「사랑의 기쁨」, 16항.
8) 참조: 「사랑의 기쁨」, 287항.
9) 「사랑의 기쁨」, 230항
2018년 대림절에
천주교 서울대교구
교구장 염수정 안드레아 추기경
부활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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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생명이신 그리스도께서 나타나실 때,
여러분도 그분과 함께 영광 속에 나타날 것입니다.”(콜로 3,4)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오늘 참으로 부활하셨습니다.
알렐루야, 알렐루야!

부활하신 주님의 평화와 은총이 여러분의 가정과 우리 한반도 그리고 온 세상에, 특별히 북녘 동포들과 고통 중에 있는 모든 이들과 함께하기를 기원합니다.

강원도 산불로 어려움을 겪는 주민들이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라며, 화재 진압과 복구를 위해 애쓰신 모든 분들에게 하느님의 은총이 함께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죽음은 모든 인간에게 두려움의 대상입니다. 죽음은 인간의 모든 것을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리고 공포에 떨게 합니다. 그런데 그 죽음을 이긴 분이 있습니다. 그분이 바로 우리의 주님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죄인들의 구원을 위하여 십자가에서 자신을 바치셨습니다. 하지만 예수님께는 죽음이 끝이 아니었습니다. 자신을 온전히 내어놓은 그분의 사랑은 결국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여 영원한 생명을 주셨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을 주님으로 고백하고 믿는 이들은 영원한 생명에 참여할 수 있는 특권을 받습니다. 이처럼 하느님은 외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로 나약하고 죄 많은 우리 인간을 구원해 주셨습니다. 영원한 생명에 대한 굳은 믿음을 가진 순교자들은 결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기쁘게 죽음을 받아들였습니다. 죽음 너머에 영원한 생명의 문이 열려있다고 굳게 믿었기 때문입니다.

영원한 생명에 대한 희망을 간직하였기에 고통을 겪으면서도 낙담하거나 절망하지 않는 이들이 있습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성인은 고령과 무서운 질병을 끝까지 견뎌내면서 ‘나는 행복합니다, 여러분도 행복하기를 바랍니다’라는 말씀을 남겨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습니다. 사도 바오로는 예수님의 부활과 부활 신앙이 그리스도교 신앙의 정수임을 다음과 같이 힘차게 선언합니다. “그리스도께서 되살아나지 않으셨다면, 우리의 복음 선포도 헛되고 여러분의 믿음도 헛됩니다.”(1코린 15,14)

예수님의 부활로 모든 인간 생명이 풍요로워졌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다양한 형태로 생명이 억압받고 있습니다. 만연된 물질주의가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을 갈라놓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 곳곳에 죽음의 세력이 그럴듯한 논리와 이론으로 포장되어 점점 더 힘을 얻고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소외되고 고통받은 이들 중 견디다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합니다. 죽음의 세력은 경제적 이유로, 자유와 자율의 이름으로, 행복을 추구한다는 명목으로 생명을 억압하고 소멸시키고 있습니다.

최근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형사처벌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것이 생명경시로 이어질까 우려를 표합니다. 이와 관련한 후속 입법 절차가 신중하게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국가는 어떠한 경우에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야 합니다. 인간 생명이 가진 존엄성은 사회 경제적인 상황이나 다수의 의견으로 평가되어서는 안 됩니다. 모든 인간 생명은 수정되는 순간부터 한 사람의 생명으로 보호되어야 하고, 그 존엄성이 존중되어야 합니다. 언제 어디서나 인간의 생명은 가장 고귀한 가치입니다.

영원한 생명으로 가는 길에 서 있는 우리 신앙인들은 죽음이 아니라 생명 편에 서야 합니다. 우리 신앙인들은 하느님을 바라보고 그 두려움을 이겨내며 죽음보다는 생명을 택하는 데에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할 것입니다. 죽음의 문화에 저항하기 위해서는 말이나 구호에 그쳐서는 안 되며, 생명을 위해 봉사하고 희생하며 구체적인 노력을 해야 합니다. 어떠한 어려움 속에서도 생명에 반대되는 죽음의 문화와 유혹을 단호히 배척합시다.

우리 교회의 순교자들은 목숨을 바쳐 영원한 생명을 증거하였습니다. 오늘날 우리 시대의 신자들은 온갖 희생을 감수하고 각자의 가정에서부터, 우리가 있는 자리에서부터 죽음이 아닌 생명을 선택하고, 인간의 생명을 존중하고 보호해야 할 것입니다. 그럴 때 우리들은 부활하신 주님께서 지금 여기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계시다는 것을 체험하게 될 것입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 주시는 은총과 평화가 온 세상에 가득하기를 기원하며 우리 신앙인들의 자비로운 어머니이신 성모님의 전구를 청합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 평양교구장 서리
염수정 안드레아 추기경
성탄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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