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안동교구 부활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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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쁘고 떳떳하게” 살겠습니다!

<우리는 이 터에서/ 열린 마음으로/ 소박하게 살고/ 생명을 소중히 여기며/ 서로 나누고 섬김으로써/ 기쁨 넘치는 하느님 나라를 일군다.>

우리 안동교구 사명선언문의 내용입니다. 제목은 “기쁘고 떳떳하게”로 되어 있습니다. 안동 교구 교구민으로서 자기 삶의 현장에서 “기쁘고 떳떳하게” 살겠다는 다짐입니다. 어떻게 사는 것이 “기쁘고 떳떳하게” 사는 것인지 그 삶의 방법이 사명선언문의 내용으로 소개되어 있습니다. 삶의 방법이 네 마디의 간결한 말로 제시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열린 마음으로”, 두 번째는 “소박하게 살고”, 세 번째는 “생명을 소중히 여기며”, 마지막으로 네 번째는 “서로 나누고 섬김으로써” … “기쁘고 떳떳하게” 살겠다는 것입니다. 사명선언문의 마지막 문장인 “기쁨 넘치는 하느님 나라를 일군다.”는 표현 안에는 결국 <“기쁘고 떳떳하게” 살겠다.>는 자기 삶의 다짐을 담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기쁘게 떳떳하게” 사는 삶이란 결국 교구사명선언문의 정신을 그대로 사는 삶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면 교구 사명선언문의 정신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살 것인지 오늘은 특별히 ‘주님 부활의 빛으로’ 그 의미를 마음에 새겨보는 시간을 함께 가지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우리가 함께 살아야 할 구체적인 환경과 상황을 한번 만들어 보겠습니다. 사명선언문의 전체적인 틀이 “우리는 이 터에서 … 기쁨 넘치는 하느님 나라를 일군다.”고 되어 있습니다. “이 터”를 오늘의 ‘갈릴래아’로 생각하며 살 것입니다. “이 터”를 우리 각자가 일상적으로 관계를 맺으며 몸 붙여 살고 있는 교구, 본당, 공소, 일하는 직장, 가정, 우리 자신으로 생각할 것입니다. “우리는 이 터에서” 이미 부활하신 주님을 새롭게 만나고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의 믿음입니다. 그래서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 뵙고 그 기쁨을 이웃에게 전하겠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 터”를 부활하신 주님을 다시 만나는 구체적인 파스카 현장으로 생각하며 바로 여기서 “기쁘고 떳떳하게” 살겠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터에서 열린 마음으로” 살겠습니다. 자신만을 위하여 살지 않고 하느님과 남을 위하여 자신을 내놓는 삶을 살겠습니다. “눈이 열려”(루카 24,31) 부활하신 예수님을 알아본 엠마오로 가는 제자들처럼 ‘열린 시각’으로 세상 사람들을 만나고, ‘열린 신앙’으로 그들 안에서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겠습니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주어진 십자가를 거부하거나 회피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일상 안에서 파스카의 신비를 재현하며 살겠습니다. 자기 틀 안에 안주하지 아니하고 끊임없이 자기 담을 허물며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살겠습니다.
“우리는 이 터에서 … 소박하게” 살겠습니다. 사치스럽게 살지 않고 검소하게 살겠습니다. 위선이나 교만을 버리고 겸허하게 살겠습니다. 작은 것을 소중히 여기며 가난과 불편을 감수면서 이웃과 함께 더불어 기쁘게 살겠습니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삶의 처지를 다른 사람의 처지와 비교하지 않고 확고한 소신으로 떳떳하게 살겠습니다. 그래서 가난한 이들과 함께 할 줄 아는 성숙한 신앙인 되겠습니다. 가난한 형제들 안에서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겠습니다.

“우리는 이 터에서 … 생명을 소중히 여기며” 살겠습니다. 죽음보다 생명을 선택하며 살겠습니다. 약한 생명을 우선적으로 배려하며 살겠습니다. 가난한 이들을 우선적으로 선택해서 함께 하겠습니다. 생명을 살리고 돌보는 일에 헌신하는 농민들과 함께 하겠습니다. 자연과 환경을 지키고 보존하는 창조질서보존운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함으로써 생태계를 살리는 일에도 함께 하겠습니다. 무엇보다도 사람을 살리고 생명을 살리는 일에 몸 바치신 예수 그리스도처럼, 우리도 먼저 생명을 살리는 모든 일을 위해서 기꺼이 헌신하고 십자가도 마다하지 않겠습니다.

“우리는 이 터에서 … 서로 나누고 섬김으로써” 더불어 사는 기쁨을 함께 누리며 살겠습니다. 특별히 자신을 송두리째 내어주시며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세상에 선포하며 살겠습니다. 예수님처럼 나누고 섬기는 ‘성찬의 삶’을 일상에서 살겠습니다. 그리하여 사랑이 죽음보다 강하다는 부활에 대한 믿음을 세상에 전하며 살겠습니다.

“기쁨 넘치는 하느님 나라를 일군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부활의 기쁨과 축복을 선포하고 나누는 일꾼이 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이 “기쁨”은 세상이 주는 기쁨과는 다릅니다. 좋은 의복을 입거나 비싼 자동차를 타는 즐거움, 맛있는 것을 찾아 먹는 즐거움, 멋진 집에서 안락생활을 누리는 즐거움과는 다른 기쁨입니다. 이 세상의 재산과 명예와 권력이 가져다주는 일시적인 기쁨이 아닙니다. 여기서 말하는 “기쁨”은 ‘부활의 기쁨’입니다. 앞에서 교구사명선언문의 내용 설명을 통해서 함께 확인한 바와 같이 <열린 마음으로/ 소박하게 살고/ 생명을 소중히 여기며/ 나누고 섬김으로써> 일상에서 얻는 “기쁨”이 바로 ‘부활의 기쁨’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가 이러한 ‘부활의 기쁨’을 일상에서 누리면서 산다면 그것이 바로 ‘기쁨 넘치는 하느님 나라를 일구는 일’이 될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하느님 앞에서 “기쁘고 떳떳하게” 사는 우리들의 모습이 될 것입니다.

주님, ‘우리는 이 터에서 열린 마음으로 소박하게 살고 생명을 소중히 여기며 나누고 섬김으로써 기쁨 넘치는 하느님 나라를 일구며’, “기쁘고 떳떳하게” 살겠습니다!

권현주 요한 크리소스토모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