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안동교구 부활 메시지
주교 이미지

코로나19 이겨내고 함께 부활의 기쁨을!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 함께 코로나를 이겨내고 어서 빨리 부활의 기쁨을 누립시다. 부활의 힘으로 코로나를 견디고 새로운 생활의 은총을 함께 누립시다.

우리는 올해 사순시기를 코로나와 함께 시작했는데 코로나는 아직도 끝나지 않고 우리를 성가시게 하고 괴롭히고 있습니다. 우리를 죽음의 공포에까지 몰아넣고 있으니 두렵기까지 합니다. 세상이 코로나로 온통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코로나 대란이 가져온 혼돈과 혼란은 예상보다 큽니다. 세계적인 의료 대란, 감염 대란, 생활고 대란, 실직자 대란, 경제 대란 등이 한꺼번에 겹쳐 그 대처에 인간적인 한계를 느낍니다. 전 세계는 이렇게 코로나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그런 중에도 배려하고 희생하는 성숙한 신앙인으로 감염증 극복을 위한 국가적, 교회적 노력에 잘 협조해 주고 계시는 모든 교우 여러분과 사제, 수도자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저는 지금의 코로나19 확산 현상을 우리 구세사 사건에서 ‘한 사람을 통하여 세상에 들어온 죄와 죽음’에 비유해 보고 싶습니다. 사도 바오로가 인류의 원조 아담에 대해 로마서에서 우리에게 한 말씀을 떠올려 봅니다. “한 사람을 통하여 죄가 세상에 들어왔고 죄를 통하여 죽음이 들어왔듯이, 또한 이렇게 모두 죄를 지었으므로 모든 사람에게 죽음이 미치게 되었습니다.”(로마 5,12) 우리를 만나지 못하게 하고 가난한 사람들과 취약 계층의 사람들을 더 어렵게 하며 방심하면 죽음에까지 이르게 하는 코로나바이러스는 우리에게 악(惡)과 죄(罪) 같은 존재로 보입니다. 폐쇄된 곳에서는 집단감염을 일으켜 더 창궐하며 우리가 거리를 두지 않고서는 멈추게 할 수 없는 무서운 죄처럼 여겨집니다. 이렇게 인간관계를 파괴하고 영혼을 병들게 하는 코로나는 인간의 교만, 이기심, 탐욕, 허영, 게으름 등을 먹이로 삼아 자라고 퍼져나가 우리를 죄와 죽음에까지 몰아넣습니다. 이러한 죄와 죽음 앞에서 우리는 인간의 미약함을 느끼며 하느님께 기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코로나라는 질병으로 넘어지고 쓰러진 사람들뿐만 아니라 그들과 함께 감염증 퇴치를 위해 고군분투하며 싸우는 사람들을 위해서도 기도하고 싶습니다. 그들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시는 프란치스코 교황님과 함께 기도하며 그들과 동행하고 싶습니다.

“저는 울고 있는 많은 사람들을 생각합니다. 고립된 사람들, 격리 중인 사람들, 독거 노인들, 병원에 입원한 사람들과 치료받고 있는 사람들, 월급을 받지 못해 자녀들에게 먹을 것을 주지 못하고 그저 바라만 보는 부모들을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울고 있습니다. 우리 또한 마음 깊은 데서 그들과 동행합시다.”(교황 프란치스코, 3월 29일 사순 제5주일 산타 마르타의 집 아침 미사 중 강론에서)

새 아담 구세주로 우리에게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간절히 기도합니다. ‘한 사람을 통하여 죄와 죽음이 이 세상에 들어왔듯이, 예수 그리스도 한 분을 통하여 우리가 죄와 죽음에서 해방되어 생명을 누릴 것’(로마 5,17 참조)이기에 그러한 지향으로 기도합니다. “주 예수 그리스도님, 코로나로 상처받고 슬픔 중에 있는 그들에게 자비를 베푸시어 그들을 죄와 죽음에서 구하시고 영원한 생명으로 살게 하소서.”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부활이요 생명”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오늘 우리에게 오셨습니다. 어둠의 굴레를 벗기시고 죽음의 무덤을 비우신 그곳에 그분의 빛과 생명이 충만합니다. 그 빛과 생명으로 온 누리가 새롭게 됩니다. 우리가 새롭게 됩니다. “우리도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되었습니다.”(로마 6,4) 이것이 우리가 이미 받은 주님 부활의 은총입니다. 이것이 또한 오늘 주님 부활 대축일에 우리 모두가 함께 얻어 누리게 되는 주님 부활의 새로운 축복이며 기쁨입니다. 주님께서 몸소 우리에게 말씀하시고 약속하신 대로 우리가 부활하신 그분을 믿으면 지금 여기서부터 그 축복과 기쁨을 얻어 누리게 될 것입니다.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다. 나를 믿는 사람은 죽더라도 살고, 또 살아서 나를 믿는 모든 사람은 영원히 죽지 않을 것이다.”(요한 11,25-26)

주님께서 오늘 부활하신 그 의미를 프란치스코 교황님과 함께 되새겨 봅니다. “그리스도의 부활은 과거에 일어난 사건이 아닙니다. 그리스도의 부활은 이 세상에 스며든 생명의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죽은 것처럼 보이는 곳에서, 또다시 곳곳에 부활의 싹이 돋아납니다. 이는 막을 수 없는 힘입니다. … 폐허가 되어 버린 땅 위에 끈질기고도 강인한 생명이 솟아납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언제나 선이 다시 꽃피고 퍼져 나갈 것입니다. 이 세상에는 날마다 아름다움이 새로 생겨나고 역사의 풍파를 거치며 변모됩니다. 가치들은 언제나 새로운 형태로 다시 나타나는 경향이 있고, 인간은 돌이킬 수 없어 보이는 상황에서도 늘 다시 일어납니다. 이것이 부활의 힘이고 모든 복음 선포자는 그 힘의 도구입니다.”(교황 프란치스코, 「복음의 기쁨」 276항)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는 코로나 때문에 연일 계속해서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 두기’에 동참하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교구도 교구민들과 국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미사 중지를 다시 연장했습니다. 답답하고 지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우리가 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겨내는 그 날이 곧 올 것이니 조금만 더 참고 견딥시다. 서로가 몸으로는 거리를 두더라도 마음으로는 더 가까이 만납시다. 힘들고 아파하고 있는 이웃들과 더욱 함께하도록 합시다. 형제들을 그렇게 만나고 부활하신 주님도 그렇게 만납시다. 바로 그것이 지금 여기에서 부활의 기쁨을 사는 길입니다. 부활의 힘으로 함께 견디어 내고 부활의 힘으로 다시 일어섭시다!

2020년 4월 12일 주님 부활 대축일
천주교 안동교구장 권혁주 요한 크리소스토모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