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청주교구 부활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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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위에 있는 것을 추구하십시오. (콜로 3, 1)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1. 우리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참으로 부활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성경에 기록된 대로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시고 묻히신지 사흘만에 다시 살아나셨습니다. 예수님의 부활을 경축하며 부활의 기쁨과 희망이 신자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에 충만하시기를 기원합니다.

2. 인류의 가장 큰 수수께끼가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사람이 죽은 후 어떻게 되는가 하는 물음입니다. 인류는 이 물음에 명쾌한 답을 찾기 위해 시대와 장소를 초월하여 오랜 세월 동안 부단한 노력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인류의 이 수수께끼를 명확히 풀어주신 분은 오직 하느님밖에 없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예수님의 부활을 통하여 인간이 죽은 후에 어떻게 되는지 실물교훈으로 그 답을 주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신지 사흘만에 부활하시어 사람들에게 발현하심으로써 온몸으로 그 답을 주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구원 사업을 마치시고 하늘나라로 승천하시기 전 사십일 동안 제자들에게 여러 차례 나타나시어(1코린 15, 5 이하) 손수 빵을 떼어 나누어 주시고(루카 24, 30; 요한 21, 13) 먹기도 하시면서(루카 24, 43) 당신이 참으로 부활하셨다는 것을 확신시켜 주셨습니다. 그리하여 사람이 죽은 후 육신의 부활과 영원한 삶이 확실히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가르쳐주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죽음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삶으로 나아가는 시작임을 알려주셨습니다. 예수님의 부활은 사람이 죽은 후 어떻게 되는가 하는 인류의 가장 큰 수수께끼에 대한 하느님께서 주신 분명한 답입니다.

3. 예수님의 부활은 우리 부활의 확증이요, 부활하신 예수님의 모습은 미래에 있을 우리 부활의 전표입니다. 2000여 년간 믿고 고백해 온 우리 신앙의 절정은 예수님의 부활에 기반을 둔 육신의 부활과 영원한 삶을 믿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부활하셨다는 이 기쁜 소식은 언제나 우리 신앙의 굳건한 토대이며 희망의 원천입니다. 예수님을 구세주 그리스도로 믿는 우리 가톨릭교회는 부활의 종교요, 죽어야 할 운명을 지닌 인간에게 참 희망을 주는 종교입니다.
  그러나 오늘날 안타깝게도 우리 신자들에게서 믿음의 핵심인 부활 신앙이 점점 희미해져가고 있습니다. 또한 믿음의 목적인 영원한 삶에 대한 열정과 갈망이 점점 식어가고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 만연된 물질 만능주의와 홍수처럼 밀려온 성 자유화의 물결에 휩쓸려 믿음의 목적을 잃어버린 그리스도인이 적지 않습니다. 최근 연일 보도되는 일련의 사건들은 그동안 물질적 성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우리의 모습이요, 쾌락에 탐닉하였던 우리의 자화상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육신의 부활과 영원한 삶을 믿는 그리스도인인 우리는 저 위에 있는 것, 천상 것을 추구해야 하겠습니다(콜로 3,1 참조). 또한 우리는 사도 바오로처럼 그리스도인으로서 바람과 목표를 분명히 가지고 인생길을 걸어가야 하겠습니다. 사도 바오로는 이렇게 자신의 삶을 고백합니다. “내가 바라는 것은 그리스도를 알고 그리스도의 부활의 능력을 깨닫고 그리스도와 고난을 같이 나누고 그리스도와 함께 죽는 것입니다. 그러다가 마침내 죽은 자들 가운데서 다시 살아나는 것입니다. … 나는 이 목표를 향하여 달려갈 뿐입니다(필립 3, 10 이하 공동번역 참조).

4. 예수님의 부활은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이 얼마나 한없이 넓고 깊은지가 밝히 드러난 날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이 세상에 오신 목적을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내 양들이 생명을 얻고 또 얻어 풍성하게 하려고 왔다”(요한 10, 10). 예수님의 사명이 지닌 궁극 목표는 이 세상에 오시어 인류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시는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이 생명을 얻고 또 얻어 풍성하게 하려고 오신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부활로 우리에게 영원한 삶을 확증해주셨습니다. 예수님의 죽으심과 부활을 통하여 우리 모두는 죽음에서 생명으로 건너가게 되었습니다. “자비가 풍성하신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사랑하신 그 큰 사랑으로 잘못을 저질러 죽었던 우리를 그리스도와 함께 다시 살려주신 것입니다”(에페 2,4-5 참조).
  그러므로 하느님께서 이처럼 극진히 사랑한 사람을 우리도 사랑해야 합니다. 그런데 최근 헌법재판소는 낙태죄에 대한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낙태죄 전면 금지는 위헌이라는 판결입니다. 이 판결은 임신한 여성에게 임신 유지 여부의 결정 권리가 있으며, 태아가 세상에 나왔을 때 독자 생존이 가능한 22주까지 낙태를 허용한다는 판결입니다. 사실상 낙태죄는 죄가 아니라는 판결인 동시에 사실상 낙태 자유를 허용한 것입니다. 이러한 헌법재판소의 판결로 말미암아 이 땅에서 무죄한 태아들이 의료인의 손에 무참히 죽어갈 것입니다. 수많은 태아의 생명이 파괴될 것입니다. 사람의 생명을 파괴하는 것은 사랑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악행입니다. 태아는 엄연한 인간입니다. 사람을 죽이지 말라는 계명은 하느님의 명령입니다. ‘살인해서는 안된다’는 인간 사회의 불문율은 사회 구성원이 절대로 넘어서는 안되는 최후의 경계선입니다.
  “세상에 어느 누구도 어떤 권위도 그 어떤 것도 합법적으로 결코 무고한 사람을 죽이는 행위를 권장하거나 허용할 수 없다”(생명의 복음, 57항 참조)는 것이 교회의 가르침입니다. 그리스도를 믿고 따르는 우리는 사람에게 순종하는 것보다 오히려 하느님께 순종해야 합니다(사도 5, 29참조). 우리는 세상의 권위보다 하느님의 말씀과 교회의 권위 있는 가르침에 순종해야 하겠습니다. 생명의 백성이며, 생명을 위한 백성인 우리는 하느님의 전능에 희망을 두고 생명문화 건설에 앞장서야 할 것입니다. 죽음의 문화가 만연한 이 땅에 신자 여러분의 가정이 하느님의 계획에 따라 생명의 성역으로 남아 있어야 할 것입니다.

5.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참으로 부활하셨습니다. 부활을 다시 한 번 축하드리며, 부활의 기쁨과 희망이 신자 여러분 가정과 지역 사회에 충만하기를 기원합니다.


2019년 4월 21일
예수 부활 대축일에
청주교구장 장 봉 훈 가브리엘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