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춘천교구 부활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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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은 주님이 마련하신 날, 이날을 기뻐하며 즐거워하세”(시편 118, 24)

주님께서는 파스카 신앙을 일깨우고 우리를 살려내시기 위해 죽음의 상징인 무덤에서 영광스럽게 부활하셨습니다. 부활의 기쁨과 희망 그리고 평화가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에 충만하길 기원합니다.

이른바 ‘제4차 산업혁명’이라 불리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사상 초유의 불행한 사태를 직면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괄목할만한 성장으로 지금껏 이룩해 놓은 인간의 무한한 창의력에 심각한 손상을 입고 무력한 모습으로 하느님 앞에 서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도 말씀을 벗 삼고, 선행과 자선을 베풀며, 더욱 간절한 마음으로 신앙생활을 이어 온 여러분께 부활하신 주님께서 축복하실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정부의 올바른 대처와 국민들의 적극적인 협조로 잘 극복해 나가고 있지만, 현재 온 세상은 이 변종 바이러스 감염증의 폐해에 대해 깊이를 모르는 두려움으로 정신적 공황 상태에 빠져 있습니다. 우리 신앙인들은 예수님의 부활을 기쁘게 맞이하며 이 사태에 대한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자문해 보고 성찰해야 하겠습니다. 이러한 재난과 시련의 시기는 성찰과 성숙의 때이기도 합니다. 하느님께는 우리에게 시련을 허락하시지만 동시에 시련을 이겨 낼 힘을 주십니다.(1코린 10,13참조)

우리의 구원을 이루신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사랑하는 아들을 인간의 모습으로 세상에 보내시어 죽음과 부활을 통해 이 세상을 사랑하고 계심을 드러내 보이셨습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하느님의 사랑은 아랑곳하지 않고 마치 세상이 나의 의지만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듯 그 오만함으로 앞으로만 질주해 나왔습니다. 주님께서 경고하실 때 우리는 멈추지 않았고 전쟁과 불의 앞에서도 우리는 하느님을 의식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무관심과 홀대로 중병이 든, 인간들이 살아가는 터전인 지구의 외침과 하소연에 귀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우리의 욕심으로 병들게 한 이 세상에서 영원히 살 것처럼 무심하게 달리기만 한 것입니다.

“여러분은 그리스도와 함께 다시 살아났으니, 저 위에 있는 것을 추구하십시오.”(콜로 3,1) 이제 우리는 멈추어야 합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가고 있는 방향이 올바른지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돌아온 나의 걸음을 돌아봐야 합니다. 이익과 성장과 소비가 미덕인 저 아래의 것이 아니라 정의와 평화, 자비와 사랑으로 불리는 저 위의 것을 사유하고 추구해야 합니다. “묵은 누룩을 깨끗이 치우고 새 반죽이 되십시오.” (코린1서 5,7). 우리를 구원받지 못하게 하는 묵은 누룩인 경쟁과 개인주의는 멀리하고, 새 반죽이 상징하는 연대와 공동체성을 통해 공동의 집 지구에 사는 우리 모두는 연결되어 살아가야만 한다는 의식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사실 그들은 예수님께서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다시 살아나셔야 한다는 성경 말씀을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요한 20, 9). 우리는 하느님을 공경하고 그분의 가르침을 따르는 사람으로서 입과 머리로만 신앙을 고백하지는 않았는지 이 기회를 통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이 세상 속에서 나 자신에게 주어진 수없는 은총에 감사하며 살아왔는지, 서로의 다름을 사랑으로 받아들이며, 신앙의 언어를 말하며 살아 나왔는지도 생각해 봅시다.

“그리스도께서는 세상의 죄를 없애신 참된 어린양이시니 당신의 죽음으로 저희 죽음을 없애시고 당신의 부활로 저희 생명을 되찾아 주셨나이다.(부활 감사송 1). 우리 앞에 놓여진 이 시련의 때가 참된 것을 분별할 수 있는 올바른 선택의 시간이 되도록 주님께 청하고 의탁해야 합니다. 주님의 선하심이 우리를 바른 선택으로 인도하실 것입니다. 이제 시작되는 부활 시기는 당신의 죽음으로 우리를 죽음에서 건져내시고, 당신의 부활로 우리에게 새 생명을 주신 것처럼 우리도 주님과 이웃들을 위해 헌신하며 부활의 삶을 다시 살기 시작해야 하는 때입니다.

평범한 일상의 고마움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 요즘입니다. 함께 모여 기도하고 친교를 나누며, 생활할 수 있는 날이 우리나라뿐 아니라 온 세상에 도래할 수 있도록 마음을 모아 기도합시다. 그리고 구원의 희망인 예수님께 모두 내어 맡기고, 신앙의 기본을 실천하는 삶을 살아가도록 노력합시다.

2020년 부활절에
춘천주교 김운회 루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