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군종교구 부활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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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께서는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되살아나셨습니다.”(마태 28,7)

친애하는 군종 사제, 수녀, 그리고 교구민 여러분,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영광스럽게 부활하심으로써 가져다준 놀랍고도 크나큰 하느님의 축복을 충만히 누리시길 기원합니다. 안식일이 지난 주간 첫날, 사랑하는 주님께서 십자가형으로 무참하게 죽으신 후 묻히신 무덤을 보러 갔던 마리아 막달레나와 다른 마리아가 주님의 천사로부터 들은 천사의 이 말은 믿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두려움마저 느끼게 했습니다. 그러나 여인들은 크게 기뻐했고 돌아오는 길에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는 은혜를 누렸습니다. 주님께 대한 이들의 지극한 사랑이 부활하신 주님을 최초로 뵙는 영광을 누리게 했습니다. 사랑은 사랑으로 보답받는다는 진리를 여기서 발견합니다.

사도 성 바오로께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하심에서 그리스도인의 새로운 삶을 희망하고 있습니다.“그리스도 예수님과 하나 되는 세례를 받은 우리가 … 그리스도께서 아버지의 영광을 통하여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되살아나신 것처럼, 우리도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되었습니다.”(로마 6,3-4) 탐욕과 이기심과 시기심 등 많고도 큰 죄로 인해 죽을 운명에 처해 있던 우리의 옛 인간은, 이제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로써 새 인간이 될 수 있는 희망을 갖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중요한 전제 조건이 있습니다. 바오로 사도께서는 그것을 “그분과의 결합”이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그분처럼 죽어 그분과 결합되었다면, 부활 때에도 분명히 그리될 것입니다.”(로마 6,5) 바오로 사도의 이런 생각은 그리스도인의 확고한 믿음으로 발전합니다. “우리가 그리스도와 함께 죽었으니 그분과 함께 살리라고 우리는 믿습니다.”(로마 6,8) 그러므로 이제 그리스도인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하나 되는 세례를 통하여 그분과 결합되었고, 그래서 죄의 지배를 받는 몸은 소멸하고 새 인간이 되는 부활의 삶을 희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희망은 우리 인간에게 고통과 시련을 극복할 힘이 되어 줍니다. 구약성경 안에서 이스라엘 민족은 수많은 고통과 시련을 겪었습니다. 그 많은 고통과 시련 중에서도 가장 힘들었던 것은 바로 이집트에서의 종살이였습니다. 탈출기는 “이집트인들은 이스라엘 자손들을 더욱 혹독하게 부렸다. 진흙을 이겨 벽돌을 만드는 고된 일과 온갖 들일 등, 모든 일을 혹독하게 시켜 그들의 삶을 쓰디쓰게 만들었다.”(탈출 1,13-14)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에 이스라엘 백성은 가장 큰 선물을 받습니다. 바로 파스카를 통한 이집트로부터의 탈출과 40년간 이어지는 시련의 광야 생활 때에 낮에는 구름 기둥으로 밤에는 불기둥으로 함께하시는 하느님을 체험하게 되었고, 시나이산에서의 계약으로써 하느님의 백성 이스라엘이 되는 축복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하느님은 고통과 시련 속에 있었던 이스라엘 민족에게 희망이 되어 주셨습니다. 고통과 시련은 인류 역사 안에 언제 어디에서나 존재해왔습니다. 이집트에서 종살이한 이스라엘 민족에게도, 2000년 전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모습으로 그리고 지금 이 시대에도 전쟁, 재난, 가난, 폭력, 억압, 그리고 여러 질병으로 인해 우리 자신뿐만 아니라 수많은 이웃들이 고통받고 있습니다. 이런 고통 속에서도 우리는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마태 19,19)는 주님의 말씀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의 고통과 시련에 함께하셨던 하느님처럼, 그리고 모든 이들, 특히 병자들과 곤궁에 처해 있던 이들과 늘 함께하신 예수님처럼, 모든 이들 특히 고통받고 시련 가운데에 있는 이웃들과 함께하는 것이 우리 그리스도인의 삶의 모습이 되어야 합니다.

해마다 부활 대축일 성야의 장엄한 전례에서 우리는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상징으로 부활초를 봉헌합니다. 불이 모두 꺼진 성당 제단에 홀로 밝게 빛나는 부활초는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는 밝은 빛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내 성당의 불이 다 켜지고 나면 그렇게 밝게 보이던 부활초의 불빛도 밝은 전등불 아래 하나의 촛불이 됩니다. 우리 그리스도인의 삶의 모습이 바로 이렇지 않은가 생각해봅니다. 세상이 여러 고통과 시련, 특히 죄로 인한 어둠 속에 있을 때, 그리스도인들은 작은 촛불이지만 어둠 속에 길을 잃은 이들이 방향을 잡을 수 있는 이정표가 되어주고,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지 않게 발밑을 비추어주는 등불이 됩니다. 그러다가 어둠이 걷히고 밝은 낮이 되면 겸손한 하나의 촛불로 되돌아갈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어두운 세상에는 밝은 희망이 되고, 밝은 세상에서는 겸손한 촛불이 되어야 합니다.

최근에 우리는 밝은 희망을 많이 보고 있습니다. 올해 초부터 중국에서 시작하여 우리나라와 거의 전 세계로 퍼져나간 코로나19 바이러스 전염병으로 고통받거나 죽음을 당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는데, 많은 의료진들과 공무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이 땀을 흘리면서 환자 치유에 사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여러 기업과 시민들은 환자 치유를 위해 기부금을 보내고, 간호 장교들은 방호복 착용 때문에 얼굴에 상처가 나자 밴드를 붙이면서까지 치료 현장에서 헌신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국민들은 이 전염병 예방을 위한 삶의 지침을 충실히 지키고 있고, 자신에게도 부족하고 구하기 어려운 마스크를 기꺼이 나누어줍니다. 우리는 이들의 따뜻한 마음을 보면서 세상에 예수님을 닮은 그리스도인들이 많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사랑은 친절하고 겸손한 나눔과 희생에서 드러나는데, 우리는 바로 이 사랑을 보면서 기뻐하고 희망을 갖게 됩니다. 세상에는 밝음과 함께 어둠도 있게 되는데,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도 사랑, 특히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 죽음 그리고 부활에서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을 깊이 체험하면서, 사랑 안에서 변화되고 또 변화를 이룰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됩니다.

주님 안에서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여인들에게 “두려워하지 마라. 가서 내 형제들에게 갈릴래아로 가라고 전하여라. 그들은 거기에서 나를 보게 될 것이다.”(마태 28,10)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주님께서 당신 부활의 첫 증인이 된 이 여인들에게 이렇게 당부하신 것은, 갈릴래아는 당신이 복음전파를 시작하셨던 곳이자 당신이 지극히 좋아하셨던 복음 전파 장소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당신의 제자들에게 갈릴래아로 가서 거기서 당신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하시는 것은, 구원의 복음 선포가 시작된 이곳에서 제자들이 새로운 사명감으로 복음을 전파하라는 상징적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갈릴래아에 있는 11명의 나약한 제자들은 우리 주님의 부활 소식을 접하면서 발현하신 주님을 뵙게 되고, 이래서 또 한 번 새로 태어나는 은총을 누리게 되었고, 이제는 순교도 두려워하지 않는 주님의 제자들로 변모되었습니다. 우리도 주님의 부활 대축일을 맞으면서 다시 한번 새로 태어나 육적인 삶에서 영적인 삶으로 변화되어, 어둠이 많은 이 세상에 신앙과 희망과 사랑의 등불이 되도록 합시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참으로 부활하셨습니다. 알렐루야, 알렐루야!


2020년 주님 부활 대축일
천주교 군종교구장 유수일 F.하비에르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