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광주대교구 부활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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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빛과 희망은 언제나 우리와 함께 계시는 하느님입니다.

지금 우리는‘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인해‘어둠이 심연을 덮고’(창세 1,2) 있는 것과 다름이 없는 혹독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어둠의 심연 속에서‘빛이 생겨라.’(창세 1,3) 하신 하느님의 말씀이 곧, 온 세상에서 새롭게 이루어지리라는 희망을 결코 포기할 수 없습니다.
하느님께서 이집트에서 고욕과 고통에 짓눌려 살던 이스라엘 백성들의 탄식과 신음소리를 들으셨듯이, 오늘 우리의 탄식과 곤경도 살펴주실 것입니다(탈출 2,23-25 참조).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고통, 절망, 죄, 죽음의 벼랑 끝에서도 결코 우리를 포기하지 않으시고 함께 하십니다. 예수님의 삶과 죽음과 부활은 이 모든 일의 증거요, 충만한 실현입니다. 십자가 죽음조차도 두려워하지 않으신 예수님의 사랑이 우리를 슬픔과 고통, 죄와 죽음으로부터 해방시켜 주셨으니, 우리의 부활신앙은 고통 속에서도 기쁨과 희망을 포기하지 않으며, 슬퍼하고 고뇌하는 이웃과 함께 하기를 주저하지 않습니다.

이제는 세상 사람들을 위한 ‘사랑의 미사’가 빛을 발할 때입니다.
우리는 코로나-19의 확산이라는 위험한 상황으로 인해 평범하고 평화로운 일상의 삶이 긴장과 불안으로 바뀌어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티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하여 많은 사람들이 겪는 어려움은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입니다.

이제야말로 세상 속에서 드리는 미사가 더욱 빛을 발할 때입니다. 현재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우리 신앙의 생명과도 같은 미사를 신자들과 함께하지 못하는 가혹한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매일 봉헌하고 참례하는 미사는‘사랑실천’과 떼어놓을 수 없고, 이는 교회가 존재하는 그 의미와 가치를 더욱 돋보이게 합니다(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14항. 22항. 25항. 32항 참조). 코로나-19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기도, 어려움에 직면한 사람들을 위한 연대, 마스크 한 장이라도 흔쾌히 나누는 마음, 감염증 극복을 위해 헌신하는 의료진과 봉사자들을 포함한 모든 사람을 위한 따뜻한 격려 등은 어려움에 처한 이웃들에게 아름다운 선물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함께 겪고 있는 힘든 시간을‘인류의 유대감을 위한 시간’으로 변모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대동 사회(大同 社會)’를 위한 연대의 시간을 위하여
우리 인간은 갖가지 도전과 위기의 상황 속에서도 대동 사회, 곧 누구나 인격적으로 존중받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며, 정의와 평화가 강물처럼 흐르는 사회, 이웃을 위한 헌신과 희생을 아끼지 않는 아름다운 세상을 추구해 왔습니다. 코로나-19 사태로 모두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금, 40년 전 ‘5.18 광주’의 시간을 떠올려봅니다. 깊은 인간적 유대, 고통을 나누는 연대, 타인을 위한 헌신과 희생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이 요청되고 있습니다.
40년이라는 세월은 이스라엘 백성에게는 광야의 시간, 고난과 동시에 해방의 여정이었습니다(신명 29,4 참조). 광주 5.18 민주화 운동의 40년 역시 우리나라에서는 고난과 해방, 민주화와 통일로 향하는 여정이었고, 억압으로부터 인권과 자유를 추구하는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에게는 빛과 희망이 된 사건이었습니다. 40주년을 맞이하는 올해, 과연 ‘우리는 그날처럼 살고 있습니까?’라고 새롭게 물을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과거’를 담보로‘현재’를 살지 않겠다는 각오와 함께 그날의 정신을 순수하게 이어가고 있는지 성찰해보아야 하겠습니다. 더불어 살기 위한 나눔과 연대, 타인을 위한 헌신과 희생,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가 존중되며 장애인과 이주민·가난한 소외계층에게 착한 사마리아 사람과 같은 우리 그리스도인의 삶과  그 대동 정신이 우리 일상의 삶과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얼마나 뿌리내리고 또 얼마나 실천되고 있는지 스스로 되돌아 봅시다.

대동 사회가 남북 간의 형제애와 평화 실현 없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도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습니다. 남북 정상 간의 만남에도 아랑곳없이 남북 형제끼리의 교류와 협력과 만남의 길이 여전히 아득히 먼 현실은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우리의 기도와 노력이 더욱 절실히 필요합니다.
또한 우리 모두가 대동 사회는 인간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든 피조물과 더불어 살아가려는 노력 속에서 비로소 온전해진다는 것을 깨달아야 하겠습니다. ‘죄로 상처 입은 우리 마음에 존재하는 폭력은 흙과 물과 공기와 모든 생명체의 병리 증상에도 드러나 있다.’(찬미받으소서, 2항)는 프란치스코 교종의 말씀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인간이 생태계에 가한 무분별한 폭력의 결과로 결국 인류에게 되돌아온 재앙은 아닌지 진지하게 성찰한다면, 자연 세계를 인간과 자연의 만남 속에서 하느님의 현존이 드러나는 친교의 성사가 구체화되는 곳으로 여겨야 할 것입니다.

2020 총선거와 투표 : 대동 사회를 위한 신성한 순례
올해는 국회의원 총선거가 있는 해입니다. 투표는‘인간의 존엄성과 공동선의 증진을 위한 신성한 순례’(사목헌장, 75항 참조)입니다. 투표는 더 나은 세상과 대동 사회를 건설하는 여정에 참여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투표는 개인과 가정이 더욱 충만하게 자기를 완성할 수 있는 공동선을 증진하기 위해 정치와 경제를 선택하는 것이고(사목헌장, 74항; 복음의 기쁨, 203항 참조), 세상의 가장 작은 이들을 위한 선택이며, 모든 이의 온전한 발전의 결실인 평화를 위한 선택입니다. 또한 가공할 핵 위협, 전쟁, 경제적 불평등, 온갖 형태의 부당한 차별뿐만 아니라 통제받지 않는 무소불위(無所不爲)의 정의롭지 못한 독점적 권력집단과 악의적이고 의도적으로 여론을 조작하는 일부 세력을 정화하는 정의로운 선택입니다. 이는 분명 우리 각자의 삶과 대동사회의 행복을 위한 선택입니다. 우리 모두 정의평화의 사회를 위한 투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합시다.

우리의 희망인 예수님 십자가의 사랑과 부활
오늘의 인류가 직면한 심각한 위기와 도전은 새로운 성찰의 시간이 필요함을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우리의 삶과 행동을 지배하고 있는 판단 기준, 가치관, 관심사, 사고방식, 생활양식 등을 근원적으로 살펴보도록 촉구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복음 선포, 전례, 봉사, 친교, 신앙과 희망에 대한 새로운 성찰이 요구되는 시간입니다. 우리의 새로운 성찰, 근원적인 멈춤의 시간은 예수님의 무조건적 사랑에 비춰보아야 할 것입니다. 예수님의 죽음보다 강한 사랑이 우리의 빛이요, 희망이며, 구원이기 때문입니다.

부활하신 주님의 은총이 세상 모든 이의 삶과 마음속에서 밝게 빛나기를 기원합니다. 알렐루야.

2020년 4월 12일
천주교 광주대교구 교구장
김희중 히지노 대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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