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교회의 문헌
2020-07-09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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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사회 복지 주일(1월 마지막 주일, 1월 30일) 사회복지위원회 담화

2000년 사회 복지 주일(1월 마지막 주일, 1월 30일) 사회복지위원회 담화

세계 기아민들에게
대희년의 기쁨과 희망을 전합시다


친애하는 교형 자매 여러분!

새로운 천년기를 여는 2000년의 1월 마지막 주일은 한국 교회가 정한 ‘세계 기아민을 위한 대희년 날’입니다. 이 날은 한국 교회의 모든 신자들이 이 세상 곳곳에서 기아로 신음하는 이들에게 희망을 전하기 위하여 사랑의 나눔을 실천하는 날입니다.

대희년 첫 번째 달을 굶주림과 빈곤과 질병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하여 봉헌하는 것은 대희년의 본래 뜻에 부합하는 것입니다. 구약에서 ‘희년은 곤궁에 처한 사람들을 돕기 위하여 선포되어야 했습니다’(「제삼천년기」, 13항). 즉 희년은 재산을 잃고 인격적 자유마저 상실한 이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제공함으로써 모든 이스라엘 자녀들 사이에 평등성을 회복시키는 것을 의미하였습니다. 신약에서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가난한 이, 묶인 이, 눈먼 이, 억눌린 이들에게 주님의 은총의 해를 선포하였습니다(루가 4,18-19 참조). 즉 주님의 은총의 해 선포는 가난하고, 고통받고, 소외된 이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담은 희망을 전하는 것이었습니다.

대희년이 가난한 이들에게 새로운 기쁨과 희망의 해가 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말로써만 선포하는 것이어서는 안 되며 반드시 행동이 뒤따라야 합니다.

오늘날 이 지구상에는 10억의 인구가 굶주림으로 신음하고 있으며, 다른 20억의 인구가 최저 빈곤선 하에서 영양 실조와 질병으로 고통을 받고 있고, 적어도 2,500만 명의 인구가 고향을 떠나 난민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전쟁과 종족간의 갈등으로, 자연 재해와 인위적 재해로, 또한 만성적 빈곤으로 인류의 절반이 인간다운 삶을 살지 못하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가장 고통을 받는 이들은 영아와 어린이, 어머니인 여성, 노인과 장애인들입니다. 지구상에서 생산되는 곡물은 모든 인간을 먹여 살리고도 남는 양이며, 전쟁 준비를 위한 군비에 쓰여지는 자원은 가난한 나라의 굶주리는 이들을 살릴 수 있는 액수입니다. 그럼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굶주리고 있습니다. 오늘날 이 지구상의 가장 큰 죄악은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된 인간이 빈곤과 결핍과 질병으로 죽어 가고 있는 현실을 외면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바로 하느님의 사랑과 정의가 인간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스도인의 의무는 이토록 죄악이 만연된 이 세상에 하느님의 사랑과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입니다. 이 일을 위하여 그리스도인은 참다운 회심이 필요합니다. 회심은 삶의 변화로 드러나야 합니다. 물질을 하느님 대신 경배하는 우상 숭배에서 벗어나야 하며, 이기심을 버리고 검소하고 단순한 삶을 추구하면서, 가진 바를 사랑과 정의로 나눔으로써 가난한 이들의 아픔에 동참하여야 합니다. 이 길이 가난한 이들을 우선적으로 선택하시고 사랑하신 주님을 따르는 길이며 굶주리는 이들 속에서, 목마른 이들 속에서, 나그네 된 이들 속에서, 헐벗은 이들 속에서, 병든 이들 속에서, 갇힌 이들 속에서 주님을 만나는 길이기도 합니다(마태 25,35 이하 참조).

한국 교회가 매년 1월 마지막 주일을 세계의 가난한 이들을 위한 해외 원조의 주일로 정한 것은 바로 그리스도인 모두가 이 길을 가도록 촉구하고자 함입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모든 인간이 하느님을 아버지로 하여 형제 자매가 되었기에 국경과 인종, 종교와 피부색, 이념을 넘어서서 그들의 아픔과 고통을 경감시키는 일은 그리스도인의 의무입니다. 2000년 대희년에 온 세계의 기아민들에게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 은총이 전해질 수 있도록 사랑의 나눔을 실천하시기 바랍니다.

2000년 1월 30일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 장 봉 훈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