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교회의 문헌
1985-07-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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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 교서] 이 사회의 인간화를 위하여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사회 사목교서

이 사회의 인간화를 위하여


서언

1. 우리 사회는 산업화의 과정에서 급격한 사회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지난달에 비하여 경제적 발전과 기울 축적이 괄목한 만큼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변화가 충분한 국민적 합의 아래 인간의 가치와 공동체적 삶의 문제를 총체적으로 고려하여 이루어지지 못하고, 물량적 목표와 외형적 변화에만 치중한 나머지, 내적 및 질적 변화를 소홀이 한 탓으로 공해의 만연과 물질 중심의 가치관, 그리고 사치와 낭비 풍조를 조장하여 빈부격차와 인간 소외를 가속화시키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제 사회 문제에 대하여 우리 주교회의는 여러 차례에 걸쳐 사목적 관심을 표명한 바 있거니와1) 다시 한 번 사회정의에 관한 교회의 가르침을 환가시키면서, 특히 경제성장의 과정에서 희생되고, 경제성장의 혜택으로부터는 소외되고 있는 사람들의 문제에 대하여 복음에 비추어 우리의 각별한 관심과 노력 방향을 천명하고자 합니다.

개발 활동과 소외

2. 개발은 모든 인간이 더불어 함께 인간적 생활을 한 수 있는 사회, 모든 인간이 서로 주고받고 나누며 사는 사회, 그럼으로써 모든 인간이 한 형제가 되는 인간 공동 사회를 건설하는 문제입니다.2) 그러므로 개발은 불평등을 감소시키고, 차별과 소외를 제거하며, 인간이 물질적 번영의 주체가 되게 하여 윤리적인 향상과 영적인 성장을 이룩할 수 있도록3) 모든 분야의 사람들이 사회공동체 안에서 지녀야 할 마땅한 지위와 품위를 유지케 하는 활동인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의 개발 활동은 그동안 경제 개발에만 치우쳐 진행되어 왔고, 경제 개발이 낮은 농산물 가격과 낮은 임금을 기초로 한 수출주도형의 불균형 성장 정책의 패턴을 통하여 이루어져 왔기 때문에 노동자와 농민의 인간다운 삶의 조건이 희생되고 경제성장 결실의 분배 과정에서도 소외되는 구조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또한 도시와 농촌간의 심각한 불균형이 이농 인구의 도시집중 현상을 빚고 있는 가운데 인구 이동의 과정 속에 있는 도시 이주민의 문제가 중요한 사회문제로 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들 노동자와 농어민, 그러고 도시 이주민들의 문제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관심을 촉구하면서, 사회정의의 관점에서 이들이 사회로부터 보호받아야 한 인간으로서의 품위와 권리를 확인하고, 우리의 경제 사회 현실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밝혀 개선해야 한 내용과 그 방향을 지적하고자 합니다.

인간과 노동

3. 하느님의 모습을 닮은 인간은 노동을 동하여 하느님의 창조사업에 참여하며 이웃들과 결합되고 사회에 봉사하여 자기 자신의 성장과 성숙에 이르게 됩니다. 인간의 노동은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고 이웃과 함께 공동체를 이루어 사회발전과 공동선을 추구하는 바탕으로 인간 생활과 사회 발전의 원동력입니다. 그러므로 인간은 누구나 노동한 의무와 권리를 가집니다. 노동은 자가노동(농어촌)이든지 고용된 노동이든지 모두 인간의 인격에서 나오는 것이므로 인간은 항상 노동의 주체로서 그의 품위와 역할을 인정받아야 합니다.4) 따라서 인간의 노동은 생산의 도구나 상품으로 취급되어서는 안 됩니다.

노동의 보수와 농산물 가격

4. 노동은 인간이 자신과 가족의 생활방도를 마련해 내는 유일한 근원이므로 노동의 보수인 임금은 한 가정의 생활을 유지하기에 충분하고 미래의 생활설계를 위한 저축에도 기여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합니다. 농산물 가격이란 자본에 대한 보수라기보다도 노동에 대한 보수로서 공산품의 가격에 견주어 합리적인 가격이 보장되어야 합니다.5) 그러므로 노동의 보수인 임금과 농산물 가격은 시장의 원리에 일임되거나 일방적인 결정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되고, 사회정의와 공평의 원칙에 의해서 결정되어야 합니다. 이와 같은 정당한 노동의 보수는 정의로운 사회의 판단 기준일 뿐 아니라 가장 핵심이 되는 기준입니다.6)

자기 발전의 권리

5. 사람이 스스로 가치있게 되고, 자신을 완성하기 위하여 자기 주변의 현실을 올바로 인식하고 자신들의 생활 조건을 개선하려는 노력은 자기 발전의 권리에 기초하는 것으로 바람직한 일입니다.7) 노동자와 농어민이 자신들의 인간적인 품위와 존엄이 유지되는 삶을 영위하기 위하여 경제적, 직업적 이익을 달성하기에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기구를 조직한 권리와 또한 이러한 목적 달성을 위하여 그 조직 내부에서 자치적으로 활동할 권리는 자연적인 것입니다.8) 그러므로 노동의 종류와 직장에 따라 노동자들이 서로 협력하여 조합을 만들 단결권을 가지며, 노동조건의 유지 개선을 위하여 노력할 단체교섭권을 가지며, 경우에 따라서는 법으로 보장받는 단체행동권을 가집니다.9) 이와 같은 노동기본권은 사회정의를 위해서 보장되고, 또 사회정의의 규준에 입각하여 행사되어져야 하는 것으로, 노동기본권의 행사는 정치직인 목적으로 이용되거나 어용화되어서는 안됩니다. 또한 농민들도 적극적으로 협동조합이나 직업과 관련한 단체나 그 활동을 통하여 자신들의 경제적, 사회적 수준을 끌어 올리는 공민 생활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합니다.10)

노동조건

6. 경제발전이 이루어지는 데 따라 노동자들의 생활조건과 노동환경이 개선되고 노동자의 존엄성이 더욱 존중되어져야 하는 것은 지극한 당연한 일입니다. 노동의 조건은 노동에 헌신하는 인간의 육체적 건강이나 사회의 건강한 풍속에 손상됨이 없고, 청소년들의 정상 발육과 부녀자들의 신체적 조건에 지장이 없는 것이어야 합니다.
물질적 재화를 생산하는 데는 농토에서나 공장에서나 농민과 노동자의 힘과 기술이 가장 필수적이므로 노동의 조건과 노동자들의 권익이 국가에 의해서 적절하게 보호되어야 합니다.11) 또한 이들에 대한 사회적 대우의 향상도 중요한 것으로, 노동자와 농민이 하등국민의 상태에 머물거나 사회통념상 그렇게 인식되게 하여서는 아니됩니다.

인간화의 요구

7. 우리 사회는 지난 20년간 산업화가 지속됨에 따라 물질적인 풍요와 기계 문영의 혜택을 많이 받게 되었지만 이면에는 심각한 공해 문제와 한께 빈부격차의 심화, 혜택과 기회의 불평등, 사회경제적 부조리와 불균형 등 수많은 문제들이 누적되어 혜택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상대적 빈곤감으로 인한 심리적 갈등과 불만이 팽배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회적 불평등과 불만은 국민 내부에 위화강을 조성하여 불신과 분열 등 사회불안의 위험이 되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노동 현장과 농촌, 그러고 전시효과적인 도시행정으로 인하여 삶의 기반이 위협받고 있는 도시 빈민지역에서 인간다운 대우를 요구하는 호소와 항의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는 경제발전이 사회구성원 모두의 보다 인간다운 삶을 위한 것으로 되지 못하고, 인간이 경제발전의 객체로서 도구화되고 있는 데 대해 인간다운 대접을 해 달라는 인간화의 몸부림으로 이해되어야 합니다.

구조적 개혁의 휠요성

8. 최근 우리나라 경제는 엄청난 외채의 누증12)으로 언한 원리금 상환 부담, 선진국의 보호무역주의로 말미암은 국제수지의 악화,13) 소수 대기업의 무제한적 팽창과 독점화,14) 이에 따른 중소기업의 위축과 지방 경제의 파산, 그리고 산업 공해로 인한 생활 환경의 파괴와 농어촌 경제의 지속적인 파탄 등 갈수록 어려운 국면을 맞고 있습니다.
우리 경제가 맞이하고 있는 이러한 어려움은 그 동안의 경제성장 정책이 성장 목표에만 지나치게 집착하여 자립적 국민 경제 기반의 확립보다는 해외 의존을 심화시키고, 편중과 특혜로 각 경제 부문간의 불균형을 구조적으로 체질화 한데서 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의 경제정책은 이제까지의 방만한 외형적 성장 목표의 달성으로부터 복지 균형적 분배 정의를 실현하여 모든 분야의 사람들이 더불어 함께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나눔의 경제정책으로 그 방향이 전환되어야 할 것입니다.

임금과 실업문제

9. 우리나라 노동자의 평균 임금 수준은 그 가족의 최저 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15) 노동생산성이 향상되고 노동 시간이 매년 늘어나고 있음을 감안하면 노동자의 실질임금은 정체 내지 하락 추세를 나타내고 있습니다.16) 더욱이 법정 최저 임금 제도의 실행마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데다 정액급보다 성과급을 더 많이 채택하고 있는 불합리한 임금 체계는 노동자로 하여금 가족의 생계유지를 위하여 장시간 노동을 감수할 수밖에 없게 하고 있습니다.
일자리가 없는 노동자는 당장 생계유지를 할 수 없으므로, 실업문제17)는 보다 더 중요한 문제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실업문제에 대한 대책은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확보하고 안정된 사회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것으로 실업에 대한 사회보장제도와 함께 계속적인 고용 창출, 직업 안정 사업, 직업 훈련, 장시간 노동에 대한 제한과 부당 해고의 근절이 이루어 져야 합니다.

산업재해와 공해

10. 장시간 노동은 노동의 품위를 떨어뜨려 비인간적인 노동을 초래할 뿐 아니라, 높은 산업재해율을 가져오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노동 강도의 심화, 안전교육의 미비, 비위생적이고 불편한 작업환경, 중화학 공업의 발전에 따른 공해, 그러고 위험성에 대비한 안전장치의 미흡과 인체에 유해한 산업의 확대로 우리나라의 산업재해는 날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는 제도적으로 재해 발생 요인의 제거와 산업 안전교육 등 예방 대책이 없는 데서 비롯됩니다. 또한 산업재해와 직업병의 인정 기준 완화 및 보상 방법과 보상액의 합리화 등 사후 대책도 미흡한 실정입니다. 작업장 내에서의 산업재해 뿐 아니라, 공해물질의 배출로 인한 지역 주민의 집단 발병과 같은 산업공해와 농촌에서 농약 사용량의 증대로 인한 농토의 황폐화와 생태계의 파괴 및 농산물의 오염, 농약 중독에 의한 재해로 농민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는 것도 중대한 문제입니다.18)

노동운동과 농민운동

11. 민주적 노동운동을 지향하는 노동자의 활동이 점차 증가하고19) 있지만, 정부의 노동운동에 대한 제약과 각종의 규제 조치는 노동자의 기본권을 제한하여 우리나라의 노동조건을 악화시키고 노동운동의 기반이 되는 노동조합의 조직율과 가능을 위축시키고 있습니다.20)  노동운동의 활성화는 노사문제의 자율적 해결에 이르는 산업 평화의 기초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노동운동을 불온시하고 노동운동 또는 노동운동을 하는 노동자에 대한 탄압과 보복을 강화하고21) 노사분규에 과도하게 국가공권력을 개입시키고 있읍니다. 정부는 또한 교회의 농민사목, 노동사목(산업선교) 활동을 용공시하여 선전함으로써 산업사회를 인간화하고 농민과 노동자의 급진적인 사회적 불만을 복음의 메시지로 순화하려는 교회의 노력을 왜곡 비방하고 있습니다. 노동문제에 대한 이러한 도식적 편견으로부터 정부가 벗어나야 합니다.

농업 일반

12.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농업 인구는 앞으로도 계속 감소될 추세에 있습니다. 이와 같은 이농민의 증가는 경제개발 과정에서의 농촌 소외와 저농산물 가격 정책에 따른 농가 교역조건의 지속적인 악화에 기인하는 것입니다. 농민이 생산하는 농산물의 가격은 생산비에도 미치지 뭇하고 있는 탓으로 농민의 생산 의욕이 감퇴되어 식량 자급률이 급격히 낮아지고 있는 가운데 비교우위론과 흉작으로 인한 농산물 부족을 구실로 외국의 농축산물을 원칙없이 도입함으로써 농가 경제를 파탄으로 몰아 넣고 농가 부채를 가중하여 왔습니다.22) 일관성 없는 토지제도로 말마암아 토지 투기, 부재 지주의 증가, 소작의 확대로 영세 소농이 증가하고 경지 이용률과 토지 생산성이 감소되고 있으며, 농만은 불공평한 조세 부담으로 허덕이고 있습니다.23)

법과 그 운용

13. 현행 노동관계법은 법의 제정 과정과 법 논리 체계에도 문제가 있을 뿐만 아니라 실제의 운용에 있어서도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법은 사회정의와 공동선을 위하여 제정되고 공평하게 운용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행 노동관계법은 노동자와 사용자 사이의 대등한 균형이 이루어지지 못하도록 되어 있고, 그 운용에 있어서도 노동자의 권리 보호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24)
농어만 관계 조합이 그 설립 취지대로 농어민의 권익을 위하여 농어민 자신들에 의하여 운영되기 위해서는 농어민 관계 조합의 민주화와 함께 임직원 선출 방식이 개선되어져야 할 것입니다.25)

생존권의 보장

14. 경제개발의 과정에서 나타나는 이농현상은 주거와 작업 선택의 자유에서 온다기보다는 농촌과 도시, 농업과 공업 사이의 불균형에서 오는 것입니다. 이들은 고향을 등져야 하는 아픔과 함께 도시에 이주하여 정착하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도시 이주민이 또다시 전시효과적인 도시 행정으로 생활터전을 잃게 하는 강제 철거와 수용은 이들에게 중대한 생존권의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이 사회의 인간화를 위하여

15. 우리는 이상에서 지적한 현실적인 문제들이 점진적으로 개선되어지기를 바라면서, 함께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자고 호소하는 바입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빈부격차와 사회적 불평등은 땅과 그 안에 포함된 모든 재화는 사랑을 동반하는 정의에 입각하여 공정하게 쓰여지도록 하신 하느님의 뜻에 위배되는 것이여, 같은 사회 속에서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도덕적 부끄러움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와 같은 사회 현실을 개선하여 더불어 함께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인간화된 사회의 건설을 위해서는, 첫째로 모든 사회 제도의 근원도 목적도 인간이며, 또 인간이 아니어서는 안된다26)는 원칙을 우리 모두가 확연하게 함께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둘째로 인간의 존엄성은 각 인간으로 하여금 자기 책임과 자유를 가지고 활동할 수 있는 권리를 필요로 하므로, 이들 소외된 분야의 사람들의 정당한 주장과 그 활동이 묵살 또는 거부되어서는 안되겠습니다. 셋째로 이들 분야의 사람들이 자신들의 게으름 때문에 가난하고 소외된 것이 아니므로 형평과 사회정의의 원칙에 합당하도록 정책의 개선과 보완을 통하여 개선해 나가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공권력에 대하여

16. 정치공동체는 공동선을 위해서 존재하고, 공동선 안에서 정당화되고 그 의의를 발견하며, 공동선에서 비로소 고유의 권리를 얻게 됩니다. 공동선만이 정치제도를 정당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근거이며 기준입니다. 정치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연유되고 위임된 것이기에 기계적이거나 폭군적인 형태로서가 아니라, 무엇보다도 자유와 책임의식에 뿌리박은 도덕적 힘으로서 전국민의 힘을 공동선에로 향해주는 권력이라야 합니다.27) 사회의 다양한 활력을 보장하고, 다양한 집단의 이해를 공동선의 규준에 맞추어 조정해야 할 정치 권력이 특혜와 편중으로 차별과 불평등을 조장해서는 안됩니다. 국민경제 각 분야의 복리를 증진시키며 그 중에서도 각별히 노동자와 농어민 등 소외되고 있는 사람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일은 정치공동체의 당연한 본분입니다.

기업에 대하여

17. 기업 안에서 자유롭고 독립적이며 하느님의 모습을 따라 창조된 인간이 결합됩니다. 따라서 노동자와 사용자는 각자의 직무에 따라 업무상 필요한 통일성을 유지하연서 모든 이가 사실상 기업 운영 참여하는 것입니다. 기업주와 마찬가지로 노동자들도 기업체의 능률적 운영과 발전에 발언권을 가질 수 있고, 공헌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각자의 활동이 완전히 타인의 의사에 종속되어서는 안 됩니다.
기업주는 노동자를 진실로 대표하며 노동조건의 올바른 질서를 수립하는데 이바지할 수 있는 노동조합을 자유로이 조직할 권리와 아무런 보복의 위험 없이 조합 활동에 참여할 노동자의 권리를 인정해야 합니다.28)

교회에 대하여

18. 주교회의는 “나자렛의 목수 예수 그리스도 이름으로, 그리고 교회와 함께 펑화롭고 떳떳한 방법으로 계속 인간의 존엄을 찾고 인권을 촉진하여, 여러분 자신과 여러분의 자녀와 여러분의 자녀의 자녀를 위해 더 나은 세계를 이룩하십시오.”29)하신 교황 성하의 당부 말씀을 전하면서, 노동자와 농어민, 그리고 도시 이주민 등 우리의 이웃 형제들에 대한 애정어린 관심을 촉구하는 바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손수 노동을 하심으로써 노동의 품위를 높여주신 거룩한 뜻을 되새겨 노동자들과 농어민들의 노고가 얼마나 가치있는 것이며, 그들이 처하고 있는 삶의 현실이 우리와 무관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인간다운 삶의 회복이 우리 모두가 더불어 함께 형제로 살 수 있는 인간화된 사회건설에 있어 핵심적인 과제임을 깨달아야 하겠습니다.

19. 그리스도인은 노동자들과 농어민들이 사회 구성원으로써 정당한 대우와 자신들이 이룩한 성과의 혜택을 받을 권리가 있으며, 사회와 국가의 경제 기획에 참여하고 발언할 권리가 있음을 인정하고,30) 그들이 전개하는 노동운동과 농민운동에 깊은 이해를 가져야 합니다.
또한 노동자들이 그들에게 필요한 휴식과 휴가를 받을 권리와3l) 신앙을 가진 사람이 예배할 수 있고 가정과 사회생활과 문화생활에 필요한 시간이 보장되도록 옹호해야 합니다. 이와 아울러, 농민들의 생산물이 제 값을 받을 수 있도록 직접 구매 등 가능한 모든 조력을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사목적 당부

20. 이제까지 위에서 지적한 사항들이 올바로 이해되고 실천되게 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사목멎 배려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1) 교회는 모든 교육 실시에 있어 우리 교회의 사회교리를 폭 넓게 다루어야 합니다. 사회교리는 다만 선언될 것만이 아니라 현실에 맞게 구체화되어야 합니다.32) 주일학교 학생을 비롯한 모든 신심 단체와 사도직 단체의 각 회원들은 인간 노동의 존엄성과 그 가치, 그러고 농어민과 노동자들의 품위와 그 노고의 고마움에 대하여 알아야 합니다.
2) 교회는 농어민의 생활 여건과 공장에서의 노동자들의 실정에 맞게 전례 시간이나 교리교육, 예비자교육 시간을 마련해야 합니다.
3) 우리 교회의 사도직 단체(예컨대 가톨릭 농민회, 가톨릭 노동청년회, 가톨릭 노동장년회)에 관심을 갖고 보살펴야 합니다. 또한 이들 단체의 회원들이 각기 직장에서 훌륭한 사도로서 활동할 수 있도록 사회교리교육과 신앙교육을 통하여 이들이 자기 생활환경을 믿음의 빛으로 개관하고 판단하고 개선해 나갈 수 있도록 돕고 또 격려해야 합니다.
4) 이농 도시 이주민이 신앙을 포기하거나 냉담하지 않도록 이향사목 활동을 강화하고, 도시 이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의 문제에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5) 노동자와 농어민들이 공동체 문화의 창조와 자신들의 인격적 성숙을 위한 문화활동, 교육활동, 여가활동을 함에 있어 교회의 도움을 요청할 때 교회는 이들에게 복음의 가르침에 따른 조언과 필요한 조력을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6) 교회의 가르침을 널리 전하고, 사도직 활동이 활발하게 수행되어 세상 안에서 그리스도의 참된 누룩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헌신적인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들을 양성하는 데 힘써야 합니다.
7) 우리 그리스도인은 같은 신앙인으로서도 정치와 경제, 문화적 측면에 있어 교회 내에셔 다양한 의견을 가질 수 있음을 인정하고,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질 때 관용과 사랑으로 대화에 임하고 또 협력할 수 있어야 합니다.33)

맺음말

21. 교회는 하느님께로부터 부르심을 받은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을 수호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지속적으로 유린당하여 실의에 빠져있는 사람들에게 다시 희망을 주는 표적과 원천이 되어야 합니다. 그를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먼저 자신의 이웃을 ‘또 하나의 자신’이라고 생각해야 하고, 그 이웃의 생활을 인간답게 영위한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노력을 기울일 의무를 지니고 있습니다.34)
우리 모두는 그리스도 안에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로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여 한 몸을 형성하며 “나는 세상 끝 날까지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20)하신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새 하늘과 새 땅이 이루어지기까지 보다 인간화된 사회를 건설해야 하는 순례적인 여정을 계속해야 합니다. 우리 모두가 그리스도를 통해 모든 것이 완성되는 그날까지 서로 위로하고 협력하며 이 희망을 증거하는 사람들이 되기를 기원하는 바입니다.

1985년 7윌 5일, 성 안드레아 김대건 사제 순교자 대축일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주>

1. 우리의 사회 신조, 한국 천주교 주교단 공동선언 (1967.6.30.); 사회 정의와 노동자의 권익을 옹호한다, 한국 천주교 주교단 성명서(1968.2.9.); 오늘의 부조리를 극복하자, 한국 천주교 주교단 공동교서(1971.11.14.); 한국 천주교 주교단 메시지(1975.2.28); 한국 천주교 주교단 성명서(978.4.10.); 인권주일에 즈음한 담화문, 한국 천주교 주교단(1982.12.5.).
2. 민족들의 발전, 교향 바오로 6세 회칙(1967.3.26.), 47항 참조.
3. 민족들의 발전, 34항 참조.
4. 노동하는 인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회칙(1981.9.14.), 6항 참조.
5. 어머니와 교사, 교황 요한 23세 회칙(1961.5.15.), 138. 139항 참조.
6. 노동하는 인간, 16. 19행 참조.
7. 세계 정의에 관하여, 제2차 세계 주교 시노드 메시지(1971.11.30.), 3항 참조.
8. 어머니와 교사, 22항 참조.
9. 노동헌장, 교황 레오 13세 회칙(1891.5.15.), 70. 71항 참조.
10. 어머니와 교사, 143. 148항 참조.
11. 현대 세계의 사목헌장, 제2차 바티칸 공의회(1965.12.7.), 51항 참조.
12. 1985년 4월 말 현재 우리나라의 해외부채는 443억 달러이다(동아일보, 1985.6.3.).
13. 외채가 국민 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80년 48.4%에서 1983년 말 53.3%로 계속 늘어나고 있고, 국제수지도 악화되고 있는데, 1985년 3월 14일 발표에 의하면 무역 적자 총액은 15억 8천만 달러이다.
14. 30대 재벌기업에 대한 은행 여신이 1984년 말 현재 27조 8천여 억 원으로 전체 여신의 48%를, 1982년 말 현재 30대 재벌기업이 국민 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6%였다. 독과점 품목은 전체 상품의 83%에 이르고 있다.
15. 1984년 5월 말 현재 한국 노총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노동자 가족의 월 최저 생계비는 5인 가족 591,706원, 4인 가족 466,100원, 3인 가족 347,832원, 독신(남) 163,224원, 독신(여) 160,198원이었는데 반해 노동부 자료에 의하면 10인 이상의 노동자를 고용하는 사업장 노동자 중 1985년 3월 말 현재 월 100,000원 이하의 임금을 받고 있는 사람이 300,000명(13.5%)이나 되었다. 일반적으로 10인 이하의 노동자를 고용하는 소규모 사업장의 노동조건이 훨씬 나쁘다는 점을 감안하면 저임금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16. 1975년 대비 1984년의 소비자 물가를 기준으로 한 실질임금은 2배 정도 오른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나, 도시 노동자 최저 생계비를 기준으로 한 실질임금은 오히려 12% 포인트 감소되었다. 노동생산성을 고려한 실질임금 지수는 오히려 같은 기간에 18.3% 포인트 감소되었다(노동부, 매윌 통계조사보고서, 1985.6.).
17. 노동부에 의하면, 1979년에 실업률 3.8%, 실업자 54만 2천 명이던 것이, 1984년 2/4분기 실업률 4.4%, 실업자 63만 1천 명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이와 같은 추세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18. 우리나라 농민의 82%가 농약 중독을 경험하고 있다.
19. 1984년도에 총 200여 개의 신규 노조가 설립되었다(섬유 10, 금속 24, 화학 17. 자동차 146, 기타 3).
20. 1979년에 노동조합 가입 조합원수가 109만 명이던 것이, 1983년에는 81만 명으로 오히려 28만 명이 줄어들었다.
21. 1985년 4월의 대우자동차 임금 인상 파업이 노사 간에 자율적으로 해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8명의 노동자를 구속한 것을 비롯, 노동운동과 관련 대우 어패럴, 부흥사 등 노조가입 노동자들이 대거 구속되고 있다.
22. 1983년 7윌 말 현재 우리나라 농가 1호당 부채는 170만 원으로 집계되었다(농협 자료).
23. 도시 노동자(5인 가족 기준)는 연 3,000,000원 소득이면 12,288원의 세금을 내지만, 농민의 경우 3,000,000원 소득이면 갑류 농지세(전농가의 83%가 부담)는 156,000원, 을류 농지세는 543,500원의 세금을 낸다.
24. 노동관계법 개정 청원서, 한국 천주교 정의평화위원회 (1985.3.) 참조.
25. 농협 실태조사 연구 보고서, 가톨릭 농민회 (1977), 참조.
26. ‘노동헌장’ 반포 80주년을 맞이하여, 교황 바오로 6세 서한(1971.5.14.), 14항 참조.
27. 현대 세계의 사목헌장, 74항 참조.
28. 현대 세계의 사목헌장, 68항 참조.
29. 정의와 형제애의 추구,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부산 강론 (1984.5.5.), 5항.
30. 현대 세계의 사목현장, 6. 68항 참조.
31. 근로 기준법에는 8시간 노동(42조), 주휴(45조), 월차 유급휴가(47조), 연차 유급휴가(48
조)의 규정이 있다.
32. 어머니와 교사, 226항 참조.
33. 어머니와 교사, 231. 238항; 한국 주교단 담화문(1977.9.23.) 참조.
34. 현대 세계의 사목헌장, 27항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