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교회의 문헌
2013-07-18 00:00
2020-07-02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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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대전지방법원의 낙태 의사들에 대한 선고유예와 형 면제 판결을 규탄한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생명운동본부 성명서

대전 지방 법원의 낙태 의사들에 대한 선고 유예와 형 면제 판결을 규탄한다!


1.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생명운동본부는 지난 6월 26일 대전지법 제3형사부(정완 부장판사)가 405명의 태아를 낙태한 혐의로 기소된 의사 4명에 대한 항소심에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선고유예와 형의 면제를 판결한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와 함께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
재판부는 "태아의 생명 보호를 위해 낙태를 금지하는 형법의 규범력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지만 여성의 낙태에 대한 자기결정권 또한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데다 사실상 낙태가 용인되는 사회적 분위기상 피고인들에게만 무거운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 같은 판결은 1953년부터 유지되어온 형법 제27장 ‘낙태의 죄’에 관한 법을 무력화시킨 것이며 또한 2012년 8월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처벌 위헌 소원’에 대해 합헌 판결한 것을 뒤엎는 것으로, 이는 법치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무책임한 판결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재판부가 밝힌 대로 “사실상 낙태가 용인되어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판단 하에 처벌을 하지 않기로 했다면 살아있는 형법 27장을 사문화시키는 것이므로, 사법부가 스스로 법을 무시하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법을 제대로 집행하여 사법부의 권위를 지키고 아무런 힘없는 태아를 보호하고 국민을 올바로 계도하는 것이 옳은 일이 아닌가?

2. 인간발생학이 밝히고 있는 사실에 의하면, 수정 후 22일이면 이미 태아의 심장이 뛰기 시작하고, 3주 후에는 척추와 신경이 형성되며, 8주가 되면 모든 신체 장기가 자리를 잡고 외부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런 태아의 신체를 절단하거나 독극물을 주입하여 죽이는 것이 바로 낙태다. 이런 사실을 무시하고 모자보건법 예외 조항에도 속하지 않는 사유로 고의적 낙태를 시술한 의사들에 대해 대전지법 형사부가 면죄부를 준 것은 생명을 보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해야 하는 사법부 스스로 이 중차대한 직무를 유기한 것이요, 앞으로도 그러한 낙태가 계속되도록 조장하는 행위라 아니할 수 없다.
그동안 가톨릭교회는 인간 생명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보호받고 사랑받아야 한다고 언제나 주장해 왔다. 인간 생명은 정자와 난자가 수정되는 순간부터 아버지의 것도 어머니의 것도 아닌, 한 새로운 사람의 생명이다. 초기 배아나 태아 상태를 인간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지만, 만일 그것이 사람의 생명이 아니라면 우리 누구도 결코 사람이 되지 못 했을 것이다. 그것은 우리 모두 한때는 태아였기 때문이다.
이런 인간 생명에 대한 존중은 그리스도교적 의무만이 아니다. 인간의 이성도 인간 본성에 의거하여 그것을 요구한다. 이성적 본성을 지닌 인간은 인격적 주체로서, 자신을 반성하고 올바른 행위를 하는 존재이다.

3. 인간은 존엄하고 불가침의 생명권을 지니고 있기에, 모든 국가는 법으로 살인을 금지할 뿐 아니라 이를 어기면 엄히 처벌하고 있다. 이것은 낙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서, 낙태를 금지하는 우리나라 형법 27장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규정한 헌법 제10조의 당연한 귀결인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인구억제정책의 일환으로 1973년 낙태를 일부 허용하는 모자보건법을 제정하여 낙태를 조장하고 방조하였으며, 사법부도 이에 편승하여 낙태를 수수방관함으로써 고귀한 태아들 수천만 명이 살해되는 결과에 일조하였다. 지금도 날마다 1천여 명의 아기들이 살해되고 있는 우리나라가 낙태 왕국, 최저출산국 소리를 듣고 있는 것은 참으로 부끄럽고 개탄할 일이다.
법의 진정한 목적과 역할은 잘못된 현실을 인정하는 데 있지 않고 이를 개선하려는 데 있다고 본다. 개인의 인권을 존중하고 특히 연약한 사람들을 보호하는 것은 언제나 국가의 의무요 사명이다. 그러려면 국가는 무엇보다 힘없는 개인의 생명권을 해치는 잘못된 행위들을 법으로 바로잡아야 한다. 법이 모든 것을 처벌할 의무는 없지만 실정법보다 더 심오하고 장엄한 자연법을 거슬러서는 안 된다. 실정법이 비윤리적인 행위에 대한 처벌을 포기할 수는 있으나, 자연법에 위배되는 바를 옳다고 선언할 수 없음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면서 이번 대전지법의 잘못된 판단을 엄중히 규탄하며 다시는 이러한 사태가 반복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2013년 7월 18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생명운동본부
본부장 이 성 효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