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교회의 문헌
2015-04-17 00:00
2020-07-06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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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화] 2015년 제5회 생명 주일 담화

생명의 복음을 경축합니다


-「생명의 복음」 회칙 반포 20주년에 즈음하여-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1. 5월 첫째 주일인 오늘은 한국 천주교회가 기념하는 ‘생명 주일’입니다. 올해는 특히 성 요한 바 오로 2세 교황께서 회칙 「생명의 복음」을 반포하신 지 2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는 「생명의 복음」이 반포된 1995년부터 해마다 5월에 ‘생명 주일’(2010년까지는 ‘생명의 날’로 지냄.)을 지내며, 우리 사회에 만연한 ‘죽음의 문화’를 극복하여 ‘생명의 문화’를 건설하자고 호소하였습니다.

인간 생명은 하느님에게서 받은 선물입니다. 그러므로 생명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생명을 위하여 헌 신하며 기뻐합니다. 우리는 생명을 존중하고 보호하고 사랑하여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지난 20년을 되돌아보면, 교황께서 「생명의 복음」에서 우려한 대로 생명을 거스르는 ‘죄의 구 조’들이 ‘죽음의 문화’를 부추기며 우리 사회의 생명 존중 의식을 마비시켜 우리 사회는 선과 악을 혼동 하는 심각한 위험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2. 우리 국민을 충격으로 몰아넣은 세월호 침몰 사고가 일어난 지 벌써 1년이 지났습니다. 세월호 참사는 한국의 사회·정치의 구조적 모순을 고스란히 드러낸 사례입니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는 성수대 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등 잊을 만하면 대형 참사가 발생하였습니다. 이러한 대형 사고는 생명 존중 의식이 결여되었다는 공통점이 밑바탕에 깔려 있습니다.

경제 제일주의, 과학 기술 만능주의는 우리에게 물질적 풍요와 편리함을 가져다주었지만, 불행하게 도 그에 비례하여 생명의 가치를 위협하는 ‘죽음의 문화’를 양산하였습니다. 인간 생명의 존엄성이 무시 되는 현상은 곳곳에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납니다. 인간 배아 줄기세포 연구, 시험관 아기 시술의 발달 은 인간 생명인 배아를 파괴시키고, 부부 사랑의 결합을 통한 자녀 출산의 기본적 도덕과 본질을 왜곡 시킵니다. 태어나지 않은 아기의 생명을 짓밟는 낙태는 더 이상 ‘범죄’가 아닌 ‘권리’로 인식되고, 최근에 는 연명 의료 중단 제도화 시도를 통해 또 하나의 죽음의 문화에 대한 우려를 낳게 합니다. 이렇게 과 학 기술은 “탄생과 죽음을 계획하고 통제하고 지배하기에만 바쁘고, 단순히 ‘소유’하거나 ‘거부’해야 할 대상이 되어 버린 것”(「생명의 복음」, 22항)입니다. 과학 기술은 인간과 인간의 총체적 발전을 위하여 봉사하여야 합니다. 그것이 생명에 대한 존중입니다.

3. 교회는 인간의 생명이 그 시작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신성한 것이며 침해할 수 없는 것이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교회는 인간의 생명을 빼앗는 행위인 고의적인 낙태와 인간 배 아 줄기세포 연구, 안락사, 자살, 사형 제도를 용납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하느님에게서 생명을 선물로 받은 것은 생명을 사랑하고 존중하며 옹호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말합니다.

다행히 우리 교회는 ‘죽음의 문화’에 대응하기 위하여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와 생명운동본부를 비롯한 생명 관련 활동 및 연구 교육 기관들을 설립하여 ‘생명의 문화’ 건설과 확산에 역량을 모으고 있습니다. 우리 교회의 활동에 영향을 받은 산부인과 의사들이 모임을 구성하여 낙태 시술을 중단하 겠다고 선언하고, 여러 전문 직종 분야에서 생명 운동 조직을 구성해 활동에 나선 것도 매우 고무적 인 현상입니다.

하지만 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가 2014년에 발표한 ‘생명과 가정에 관한 설문 조사’에 따르 면, 생명에 관한 교회 가르침이 신자들에게조차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 줍니다. 낙태와 안 락사, 인간 생명의 시작 시점 등과 관련한 사안에서 교회 입장을 수용하는 신자의 응답 비율은 절반 정 도에 불과하였습니다. 교회 가르침과 삶 사이의 괴리를 좁히기 위하여 한층 더 노력하여야 하겠습니다.

4.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도 「복음의 기쁨」에서 “태아의 생명을 수호하려는 교회의 노력을 비웃으며 교회의 입장을 관념적이고 보수적이라고 비난하는 시도들이 있지만 태어나지 않은 생명에 대한 수호 는 다른 모든 인권 수호와 밀접히 관련된다.”(213항)며, 인간은 모든 발달 단계에서 신성불가침의 존재 임을 재천명하였습니다.

「생명의 복음」 반포 20주년을 기념하는 올해 생명 주일을 맞아 생명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여 주시기 바라며, 생명의 문화를 건설해 나가기 위하여 다음과 같이 호소합니다.

먼저, 사목자들은 생명과 가정에 관한 사목이 교회의 중점 사목임을 인식하고, 생명과 가정 문제 에 관심을 집중시켜 주십시오.

신자 가정은 가정이 ‘생명의 성역’임을 인식하고, 불임 수술을 포함한 인공 피임과 낙태를 멀리하 고 자연 출산 방법을 이용하십시오. 난임 부부는 시험관 아기 대신 입양으로 눈길을 돌려 주십시오.

신자 입법자들은 낙태를 허용하는 모자 보건법 폐지에 앞장서고 생명 문화 건설을 위해 부단히 노 력해 주십시오.

신자 의료진과 생명 과학자들은 무디어진 양심을 일깨워 생명의 통제자가 되고 싶은 유혹을 떨쳐 버리고 생명 자체인 선을 향해 나아가십시오.

신자 언론인들 또한 생명을 존중하고 옹호하는 일이 신자들의 의무임을 숙고하시길 바랍니다.

생명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생명을 위하여 기꺼이 봉사하며 기뻐합니다. 또한 생명을 주시는 하느 님을 찬미합니다. 「생명의 복음」 반포 20주년을 맞아 우리 모두 그리스도께서 선포하신 복음의 핵심인 생명의 복음을 경축하고 실천하는 삶을 살아가도록 다짐합시다. 생명을 위하여 봉사하는 모든 분들에 게 주님의 은총이 함께하시길 기원합니다.


2015년 5월 3일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
위원장 이 용 훈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