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교회의 문헌
2003-12-11 00:00
37
[대한민국과 교황청 수교 40주년 기념 축사와 강론]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최창무 의장 주교의 축사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최창무 의장 주교의
대한민국과 교황청 수교 40주년 기념 축사

 


존경하는 소다노 추기경님,
그리고 여러 대주교님과 주교님,
그리스도 안의 형제자매 여러분,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를 대표하여 대한민국과 교황청의 수교 40주년을 기념하는 축사를 하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1. 지금부터 40년 전에 이루어진 대한민국과 교황청의 공사급 외교 관계 수립은 그보다 훨씬 이전인 1831년 로마 교황청의 조선 대목구 창설과 그 뒤 양자 간의 끊임없는 사랑과 노력의 결실이었다고 여겨집니다. 다시 말해서 1784년 우리 선조들의 자발적인 천주교 입교와 1831년 교황청의 자비로운 조선 대목구 설립은 대한민국과 교황청 수교의 든든한 초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후 교황 사절을 파견해 주신 것을 잊지 않고 있으며, 한국 교회가 순교의 토대 위에 세워졌듯이 첫 교황 사절께서 양들을 위하여 생명을 내놓으신 것에 길이 감사드립니다.
또한 1984년 한국 천주교 200주년을 맞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성하께서 몸소 대한민국에 오시어 거행하신 한국 천주교회 103위 복자들에 대한 시성식과 1989년의 세계성체대회는 세세대대로 기억될 한국 천주교회의 영광이며, 대한민국과 교황청의 돈독한 유대의 표지입니다.

2. 대한민국과 교황청의 수교와 그 뒤 지속된 협력과 상호 배려의 외교 관계는 평화를 지향하는 국가 간 외교 관계의 전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라크 전쟁과 중동 분쟁 등 전쟁과 반목의 이 시대에도 언제나 세계 평화의 정신적인 수호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교황청에 경의를 표하며, 수교 40주년이 되는 이 시점에서 교황청과 보조를 맞추어 대한민국 또한 평화의 수호와 유지에 관심을 갖고 필요한 기여를 할 자세를 갖추고 있다고 믿습니다. 물론 대한민국 국민들도 아시아와 더 나아가 세계 평화를 위하여 교황청이 열렬히 투신하고 끊임없이 기도하여 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또한 이제는 지구상의 유일한 분단 국가인 한국의 평화 통일에 대한 염원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성하의 정신적 지원과 배려에 힘입어 우리 모두에게 작지만 확실한 희망을 샘솟게 합니다. 이러한 희망에 힘입어 분단의 아픔을 겪고 있는 이 민족이 서로 화해하고 사랑하여 인류 평화의 상징이 되기를 바랍니다.

3. 현대의 큰 흐름으로 자리잡은 세계화 현상은 그 긍정적인 효과도 인정되지만, 부의 불균형과 가난한 자의 소외 또한 간과할 수 없게 합니다. ‘가난한 이들에 대한 우선적 선택’은 우리 교회의 오랜 전통이며 이는 인정 많은 우리 민족의 심성과 꼭 들어맞는 것입니다. 대한민국과 교황청은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에 대한 사랑을 바탕으로, 자칫 세계화가 가져올 수도 있는 극심한 빈부 격차와 그로 인한 갈등과 대립을 극복하고 그리스도의 평화와 안녕을 추구하는 세계화가 되도록 우리 모두 함께 힘써야 할 것입니다.

4. 또한 교회의 사명은 복음 전파이며 하느님 나라의 실현입니다. 하느님의 선하신 의지를 통하여 대한민국과 교황청 수교 40주년을 맞이한 이때에 양국은 언제나 사랑과 평화가 가득한 충만함으로 함께하고 있음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습니다. 실제로 하느님께서는 아시아에서 처음부터 당신의 구원 계획을 계시하셨습니다. 제일천년기에는 십자가가 유럽 땅에 심어지고, 제이천년기에는 아메리카와 아프리카에 심어졌던 것처럼, 제삼천년기에는 이처럼 광대하고 생동하는 아시아 대륙에서 신앙의 큰 수확을 얻을 수 있으리라는 것을 확신하면서 한국 교회가 새로운 천년기에 아시아 전체에서 복음 선교의 등불이 될 것을 다짐해 봅니다.

5. 마지막으로 대한민국과 교황청의 수교 40주년을 맞는 오늘 이 자리에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 한국을 방문하시며 하신 말씀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봅니다. “‘벗이 있어 먼 데서 찾아오면 이 또한 기쁨이 아닌가?’ 하는 말씀을 우리는 공자님의 「논어」 첫머리에서 듣습니다. 이 말씀을 받아 ‘벗이 있어 먼 데로 찾아가면 그야말로 큰 기쁨이 아닌가?’라고 답하고 싶습니다.” 교황청과 대한민국 사이에 오고 가는 상호 유대와 협력이 더욱 증대되어 큰 기쁨이 되고, 평화와 번영이 그리스도의 참된 사랑 안에서 영원히 함께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최 창 무 대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