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교회의 문헌
2001-10-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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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사태에 관한 입장 표명

아프가니스탄 사태에 관한 입장 표명

인류의 화해와 평화를 기원하며

한국 천주교회의 주교들은 지난 9월 11일 미국의 뉴욕과 워싱턴에서 일어난 대형 테러로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은 참사에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한 바 있습니다. 무죄한 인간 생명의 희생을 초래하는 온갖 테러는 마땅히 배격되어야 합니다. 인간 생명을 희생시켜 정치적 욕망이나 목표를 실현하고자 하는 것은 인류의 보편 가치를 거스르는 만행입니다.
우리는 테러에 대한 대응으로써 현재 국제 사회의 지지 속에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공격에 대해서도 깊은 우려를 나타내지 않을 수 없습니다. 폭력은 그 악순환을 되풀이할 뿐입니다. 폭력으로 평화를 이룰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어떠한 이유로도 테러의 야만성과 폭력성을 묵인할 수 없습니다. 테러와 전쟁의 폭력성과 보복성은 분명 인류 사회를 공멸시킬 것입니다. 우리는 보복과 응징보다는 화해와 용서를 통하여 진정한 인류 평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나가야 합니다.
아울러 국제 사회가 이번 아프가니스탄 사태로 피난길에 오른 무수한 난민 보호에도 적극적인 관심을 보여 주기를 바랍니다. 우리 정부가 미국 주도의 테러 응징 작전에 참여하는 것도 이들 난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라는 측면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지난 테러의 희생자들과 그 가족들, 그리고 테러 응징 공격으로 고향을 떠난 난민들과 그 밖의 무고한 피해자들의 고통을 함께 나누고자 하며, 하루빨리 온 인류가 상호 반목과 증오에서 벗어나 평화롭게 공존하는 날이 오기를 기원합니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과 뜻을 같이하여 우리 신자들은 지극히 자비로우신 하느님 아버지께 진정한 화해와 평화를 간구하여야 하겠습니다. 또한 정의와 평화의 길을 추구하는 선의의 모든 사람에게 인내와 끈기를 지니도록 간청합니다. 한 분이신 하느님을 믿는 모든 사람과 함께 증오와 적개심을 버리고 용서와 화해를 이루어 온 세상에 사랑의 문화가 펼쳐지도록 우리 모두 힘쓰며 기도합시다.

2001년 10월 18일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