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교회의 문헌
2003-0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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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우리는 전쟁이 아닌 평화를 바랍니다!

주교회의 성명서

우리는 전쟁이 아닌 평화를 바랍니다!

참 평화를 이룩하는 것이야말로 언제나 온 인류가 추구하여야 할 크나큰 과업입니다.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공격 위협이 시시각각으로 그 강도를 더해 가고 있는 이때,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성하께서는 온 인류의 가슴을 짓누르고 있는 전쟁의 어두운 그림자를 염려하시고 전 세계 모든 나라에 평화를 위한 노력을 촉구하시며, 온 인류에게 평화를 위하여 기도하자고 호소하십니다. 세계가 직면한 이 심각한 상황 속에서 우리는 하늘 높은 곳에서 오는 개입만이 어두운 미래에 희망을 줄 수 있다고 믿습니다.
평화는 결코 무력의 균형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한 국가가 군비를 증강하면, 다른 국가들도 군비를 보강해야만 하는 악순환이 계속됩니다(「지상의 평화」, 110항 참조). 무기가 무기를 부르고 폭력이 또 다른 폭력을 부르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합니다. 강대국들이 무기 산업에 쏟아 붓는 비용의 백분의 일만 들여도 전 세계의 기근과 빈곤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러할 때에 세계의 정의와 평화가 이루어질 것입니다.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미명 아래 수많은 무고한 사람들을 희생시켜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미국이 공언하는 이라크 공격의 도덕적 정당성을 알 수 없습니다. 그러한 공격은 더욱 큰 악과 폐해를 초래할 것입니다. 교황님과 더불어, 미국과 중동의 형제 주교들과 함께 우리 한국 가톨릭 교회의 주교들은 전쟁을 반대합니다. 우리는 평화를 위협하는 모든 세력을 명명백백히 단죄합니다. 역사적으로 더 많은 전쟁을 일으켜 왔고 핵무기 등 대량 살상 무기를 더 많이 가지고 있는 강대국들이 먼저 관용을 보여야 합니다. 전쟁의 위기에 놓인 당사국들은 모든 갈등을 평화적으로 해결하여야 합니다. 국제 연합(UN)을 비롯한 국제 공동체의 대화가 전쟁의 서곡이 아니라 전쟁을 막는 단호한 행동으로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우리 민족의 앞날을 위협하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 문제 또한 개탄하며 반대합니다. 우리는 온갖 힘의 논리를 배격합니다. 우리 모두 마음을 열고 화해하여야 합니다. 모든 나라가 더욱 긴밀한 형제 관계를 이루고 ‘평화’라는 인류의 공동선을 향하여 공존공영의 길로 나아가야 합니다. 폭력의 문화, 죽음의 문화를 척결하고 이 땅에 평화의 문화, 생명의 문화가 피어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노력하여야 합니다.
평화를 위하여 일하는 사람은 행복합니다. 모든 신자들은 평화의 임금님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가르쳐 주신 평화가 우리 민족 가운데에, 나아가 세계 공동체 안에 확고하게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끊임없이 기도하며, 평화의 모후이신 동정 마리아와 그 배필이신 성 요셉의 전구를 간청합시다. 교황님께서는 특별히 세계 평화를 위하여 묵주기도를 바치자고 하셨습니다. 우리는 선의를 지닌 모든 사람과 더불어 온 누리와 우리나라의 평화를 위하여 간절히 기도합니다.

2003년 2월 14일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