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2019-10-14 15:27
1377
[성명서] 우리는 생명을 선택하여야 합니다
보도자료
  • 배포일 : 2019-10-14(월)
  • 문    의 :

    생태환경위원회 박 여호수아 수녀 ☎ 02-460-7622

  • 배    포 :

    미디어부 언론홍보팀 김은영 ☎ 02-460-7686 media@cbck.or.kr

우리는 생명을 선택하여야 합니다

(신명 30,19 참조)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핵 발전의 위험성과 미래 세대에 재앙을 물려준다는 우려에 깊이 공감하며, “『핵기술과 교회의 가르침』-핵발전에 대한 한국 천주교회의 성찰”(2013.11.)을 발표하여 탈핵 사회로의 전환을 촉구한 바 있습니다.

2020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국내의 여러 언론은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아직도 진행형이라는 사실을 재조명하고 있습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의 방사능 오염 문제는 해결의 기미가 여전히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전 세계인들에게 드러내 보여준 핵발전소의 문제는 우선 천재지변이든 인재가 되었든 핵발전소의 사고는 일어날 수 있고, 방사능 문제는 인간의 능력 범위 밖이라는 것입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가 잘 통제되고 있다면서 오염수를 방류할 수밖에 없다는 일본 정부의 입장은 역설적이게도 핵발전소의 문제성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점에서 한국 정부는 탈핵을 표방하였음에도 여러 우려스러운 상황들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2019년 9월 2일 신고리 4호기가 상업 운전을 시작했고, 신한울(신울진) 1, 2호기도 가동을 앞두고 있습니다. 여기에 공론화 과정을 거쳐 계속 건설을 확정지은 신고리 5, 6호기가 건설되면 현 정부에서 오히려 핵발전소 운영은 더 늘어나게 됩니다.

지난 7월 3일, 1980년대에 건설된 한빛(영광) 3, 4호기에서는 콘크리트 격납 건물에서 200개의 구멍이 발견되었습니다. 가장 큰 것은 무려 157cm(두께 167cm에 구멍이 157cm)에 달한다고 합니다. 1m가 넘는 철근 콘크리트의 격납 건물로 보호되기에 안전하다고 홍보했었던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의 주장이 무색한 상황입니다. 한빛(영광) 1호기의 경우에도 핵발전소 주 제어실에서 무면허 운전자가 제어봉을 운전하다가 핵발전소 출력이 급증하는 매우 위험한 일이 발생하였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하였습니다.

인구 150여 만의 거대 도시 대전에 위치한 원자력연구원에서는 고준위핵폐기물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채 연구가 진행되었다는 사실이 수차례 언론을 통해 드러났고, 현재에도 지역 주민들의 우려를 무시하고 고준위핵폐기물을 대상으로 한 연구 작업이 진행 중에 있습니다.

핵발전소의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는 시민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바로 고준위핵폐기물 문제입니다.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은 고준위핵폐기물 임시저장고가 포화하여 추가로 증설하지 않을 경우, 핵발전소를 멈출 수밖에 없다며 임시저장고 건설을 위한 ‘사용 후 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를 출범시켰습니다. 그러나 이해 당사자라 할 수 있는 지역 주민들과 환경 단체가 배제된 재검토위원회의 역할이 온전히 작동될 수 있을지는 대단히 의심스러울 뿐입니다. 10만 년 이상 보관해야 하는 고준위핵폐기물 처분장을 운영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 단 한 곳도 없습니다.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핵발전소의 폐기물을 위해 설계수명 50년의 임시저장고를 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각 핵발전소의 사용 후 핵연료가 포화상태에 이르면 해당 핵발전소를 폐쇄하는 것이 순리입니다.

하느님은 이스라엘 백성들을 이집트에서 새로운 세상으로 인도하시어, “살려면 생명을 선택”(신명 30,19)하라고 요구하셨습니다. 우리 사회는 경제 가치 때문에 생명을 경시하는 사회구조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생명을 존중하는 사회로 전환되어야 합니다. 힘없는 이들의 고통을 강요하는 핵 발전이나 석탄 화력발전이 아니라, 재생 가능한 친환경 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정책으로 전환되어야 합니다.


이에 정부와 우리 사회에 요청합니다.

- 핵발전소 안전을 위해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그 권한을 강화해야 합니다.

- 신규 핵발전소 건설에 맞춰 노후 핵발전소를 폐쇄해야 합니다.

- 영덕(대진) 핵발전소 지정고시를 해제해야 합니다.

- 신규 핵발전소 건설 중단과 노후 핵발전소 수명연장 중단을 법제화해야 합니다.

- 인구 밀집 지역인 대전의 원자력연구원에서 핵에너지 진흥이라는 명분으로 이루어지는 연구개발 사업은 중단되어야 합니다. 다만, 핵발전소의 안전과 폐로를 위한 연구개발은 진흥되어야 합니다.

- 국내 모든 핵발전소의 정기 점검의 결과를 매번 언론에 공개해야 합니다.


2019년 10월 14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위원장  강 우 일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