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2019-11-27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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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방일 1] 프란치스코 교황, 한국인 원폭 피해자들의 호소에 응답
  • 카테고리 : 소식
  • 작성자 : 주교회의
  • 작성일 : 2019-11-27 11:43

2019년 11월 24일(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일본의 원자폭탄 피해 지역인 나가사키와 히로시마를 방문하고, 세계 평화 정착을 위한 연설에서 한국인들을 비롯한 모든 나라와 지역 출신의 원폭 피해자들을 기억하며 추모의 뜻을 전했다.


(사진 출처 = 바티칸뉴스)

1945년 8월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 피해로 10만여 명이 사망했다. 그 가운데 한국인들은 대부분 일본에 징용되어 강제 이주한 이들로, 히로시마에서 3만 명, 나가사키에서 2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75년이 지난 지금까지 생존자들과 그 후손들은 심각한 후유증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사)한국원폭피해자협회 관계자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일본 방문을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이 언론에 알려진 2018년 9월에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를 면담하고 한국인 원폭 피해자들에 대한 교황의 관심을 편지로 요청했다. 강 주교는 편지를 주한 교황대사관을 통해 교황청에 전달했다. 

한국인 원폭 피해자들은 천주교 평화 사도직 단체인 팍스 크리스티(Pax Christi)의 주선으로 11월 24일 오전 프란치스코 교황의 나가사키 방문 행사에 초청되었다. 그들의 편지 최종본은 이날 나가사키 폭심지 공원(Atomic Bomb Hypocenter Park)에서 수행원들을 통해 교황에게 전달됐다.

24일 오후 프란치스코 교황은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Peace Memorial)에서 연설하면서, 원폭 희생자들이 “다른 곳에서 왔고,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들 중에는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들도 있었다”는 말로 한국 희생자들의 존재를 상기시켰다. 이 공원에는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가 설치되어 있다.

[첨부] 프란치스코 교황님께 드리는 편지

존경하는 프란치스코 교황님,

우리는 한국 원폭 피해자와 2세들입니다. 저희에게 위로와 희망의 말씀을 주시어 격려해 주소서!

존경하는 프란치스코 교황님,

한국 원폭 피해자들은 대다수가 일제의 식민지배로 강제동원 됐다가 미국의 원폭 투하로 2중, 3중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한국원폭피해자들의 수는 10만 명(5만 명 사망)이나 됩니다. 그러나 식민지 국민이라는 일제의 차별로 부상자 치료는커녕 사망자의 유해조차 수습되지 못했습니다.

살아남은 한국 피폭자 대다수는 한국으로 돌아왔으나 가난과 냉대, 한국 정부의 방치 속에서 원폭 후유증에 시달리다 죽어갔습니다. 후손들도 원폭 피해의 유전성을 인정받지 못한 채 죽거나 병마와 싸우고 있습니다.

피폭 7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한국 피폭자들의 피해 전모에 대한 조사도, 사죄와 배상도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국제사회의 조명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 우리는 지금이라도 미국의 반인륜적인 원폭 사용 때문에 우리가 입은 피해에 대해 미국과 일본의 책임을 규명하고 싶습니다.

존경하는 프란치스코 교황님,

인류와 지구의 절멸을 가져올 수 있는 핵무기를 완전히 폐기하는 것은 인류 공통의 염원입니다. 지금도 미국, 러시아 등 핵무기 강대국들은 인류를 수십 번도 더 절멸시킬 수 있는 핵무기를 보유(1만 2천 발)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반도는 세계에서 핵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역입니다. 한반도에서 핵전쟁이 발발하면 남북을 가릴 것 없이 우리 민족은 공멸합니다.

2017년 7월 7일, 유엔총회에서 사상 최초로 핵무기 사용을 불법으로 규정한 ‘핵무기금지조약(TPNW)’이 채택되었습니다. 핵전쟁 위험성이 가장 높은 한반도에서, 그것도 한반도 비핵화를 추구하는 한국 정부가 핵무기금지조약에 가입하지 않는 것은 모순입니다. 우리는 모든 나라들이 ‘핵무기금지조약’에 가입하여 모든 핵무기를 폐기하며 다시는 결코 핵무기가 사용되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존경하는 프란치스코 교황님,

피폭의 고통과 원인 모를 병마와 싸우며 유전된 원폭의 공포를 온몸으로 견디어온 우리는 앞으로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로운 핵 없는 세계 실현에 앞장서 나갈 것입니다. 우리에게 위로와 격려의 따듯한 손을 잡아주시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2019년 11월 24일

(사)한국원폭피해자협회 회장 이규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