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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에 대한 용서, 그리고 하느님 자비

낙태죄에 대한 용서, 그리고 하느님 자비

교황님께서는 지난 9월 1일, 자비의 희년에 즈음하여, 교황청 새복음화촉진평의회 의장 살바토레 피시켈라 대주교에게 보내신 서한에서 자비의 희년을 맞아 낙태 여성들의 고통을 이해하며, 희년 기간에 모든 사제에게 낙태죄에 관한 사죄의 권한을 주기로 하였다고 밝히셨다(주교회의 보도자료, 2015년 9월 2일자 참조).
교황님께서는 어떤 이들은 낙태 행위가 담고 있는 끔찍한 해악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반면, “낙태하였던 모든 여성들이 이러한 결정을 내리기까지 어떠한 압박을 받았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시며, 죄를 지을 수밖에 없는 그들의 마음을 헤아리시고, 희년 동안 모든 사제에게, 낙태하였으나 통회하는 마음으로 낙태에 대한 용서를 청하는 이들에게 낙태의 죄를 사해 주는 권한을 부여하기로 결정하셨다.

교황님의 이러한 결정은 가톨릭교회가 낙태를 받아들이거나 방조한다는 것은 아니다. 죄는 단죄하지만 죄를 뉘우치며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고해성사를 통해 용서받을 수 있는 길을 넓히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낙태와 파문, 파문을 용서하는 권한에는 어떤 관계가 있는가?
교회법 제1398조는 “낙태를 주선하여 그 효과를 얻는 자는 자동 처벌의 파문 제재를 받는다.”라고 규정한다. 곧 낙태한 사실 자체로 관련된 이들은 재판의 절차 없이 파문의 처벌을 받는다. 파문(ex-communicatio)은 교회 안에 있는 벌 중에 가장 무거운 벌이다. 말 그대로 교회 안에서 누리는 친교(communio)에서 제외되는 것이다. 그러나 파문이라는 벌은 교회법 규정에 따라 법적인 측면에서 합법적인 장상의 처분에 따라 법적, 사회적 공동체인 교회에서 제외되는 것이지, 그리스도로부터 또는 모든 성인들의 통공이 이루어지는 그리스도 신비체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처벌은 예를 들면, 교회 공동체 안에서 직분을 맡지 못하거나, 또는 성사를 집전할 수 없게 되거나 성사를 받을 수 없게 되는 것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신학적 의미에서 그리스도 신비체의 지체인 교회와의 일치는 죄로 인해 일부 손상을 입게 되고, 신앙을 잃게 되면 결정적으로 상실될 것이다.

그러나 예수님으로부터 죄를 용서할 권한을 부여받은 교회는, 뉘우치는 사람에 대하여는 그 죄를 용서한다. 회개하지 않는 사람을 교회가 용서할 권한을 갖고 있지 않지만, 죄를 뉘우치는 사람에게는 또한 용서하지 않을 권한도 없는 것이다.(교회법 제1358조 참조) 다만 죄의 경중에 따라 용서의 권한이 주교님께, 또는 사도좌(교황청)에 유보될 따름이다. 파문에 해당되는 죄는 그 사면이 사도좌에 유보된 것이 아니라면, 재판이나 재결로 형벌을 부과한 직권자(교구장 주교나 총대리)나, 죄를 범한 사람이 사는 지역의 직권자에게 사면 받을 수 있다(교회법 제1355-1356조 참조).
한국 교회에서는 1986년 주교회의 춘계 정기 총회에서, 1983년에 반포된 새 교회법에 따른 ‘전국공용 교구 사제 특별 권한’을 통해 교구장 주교에게 주어진 사면의 권한을 전국의 사제들에게 위임하였다. 특히 ‘특별 권한’ 제12조에, 교황청에 유보된 죄들을 제외하고는 “보편법에 의한 자동처벌의 징계벌을 사면해 줄 수 있다.”라고 규정되어 있는데, 이는 곧 낙태를 행한 사람들을 사면해 줄 수 있는 주교들의 권한을 사제들에게 위임한 것이다(정진석, 『전국공용 교구사제특별권한 해설』, 32면 참조). 그리고 이 정신을 이어받아, 『한국 천주교 사목 지침서』(1995년 제정) 제88조에서도 보편교회법에 의한 자동 처벌의 형벌은 고해 사제가 사면해 줄 수 있도록 제정하였다(정진석, 『한국 천주교 사목 지침서 해설』, 184면 참조).

이처럼 한국 교회에서는 이미 주교님들께서 당신들의 권한을 사제들에게 위임하셔서 사제들이 예전부터 고해성사를 통해 낙태죄를 용서해 왔다. 그러나 한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 특히 유럽의 나라들 가운데에는 이 죄에 대한 사면권이 교회법 규정대로 주교님들에게만 유보된 경우도 많이 있다. 이에 교황님께서는 특별히 자비의 희년을 맞아 낙태죄로 고통받고 있는 영혼들이 용기를 내어 하느님의 자비의 은총을 받을 수 있도록, 당신의 권한을 희년의 기간 동안 전 세계의 사제들에게 수여, 또는 위임해 주신 것이다. 
어떤 이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교황님께서 낙태를 받아들이시고 용인하시는 것이 아니다. 낙태는 교회가 단죄해야 할 죄이지만, 그 죄를 뉘우치는 사람은 누구든지 용서받을 수 있음을 일깨워 주신 것이다. 교황님의 지향대로 온 교회가 자비의 희년을 은총과 기쁨의 희년으로 기념하길 기원한다.   

이정주 신부(주교회의 교회법위원회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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